“남자로 살기 힘들다” 여직원 몰카로 고소당한 공무원 ‘적반하장’

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한 공무원이 여성 직원을 몰래 촬영하다 발각돼 고소를 당했다면서 되레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는지 물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고소 당했는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공무원 A씨다. 블라인드는 익명 커뮤니티지만 회사 이메일로 소속 직장을 인증해 가입하면 글 작성시 직장이 표시된다.

A씨는 "직장에 관심 있는 여성분이 있어 몰래 사진 찍다가 걸렸다. 이상한 사진은 아니고 일상 사진"이라며 "그런데 이 분이 저를 고소한 상태인데 이런 걸로 고소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어 "제가 그 사진을 인터넷에 뿌린 것도 아니고 그냥 간직한 건데 저를 성희롱범으로 몰고 있다. 이게 성희롱죄 성립이 되느냐"며 "이거 때문에 직장에서 손가락질 받고 있는데 만약 제가 무죄 판결 나면 역으로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님 있으면 조언 좀 해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A씨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런 사람도 공무원을 한다", "남의 초상권 침해해 놓고 무고죄를 논하다니", "반성의 기미가 하나도 없다", "죗값 달게 받아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를 비판했다.

지난 11일 A씨가 올린 '블라인드' 글에 남긴 댓글.

논란이 커지자 A씨는 댓글로 "'도촬(도둑 촬영)은 범죄입니다. 여성분이 도촬 행위로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에 해당하고, 공무원 신분이면 불이익 예상됩니다'라고 하더라"라며 "다들 응원 감사하다, 합의해 달라고 해야겠다"고 비난 여론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A씨는 "(합의 시에) 돈 줘야 하느냐"는 누리꾼의 질문엔 "줘야지, 50만원에 쇼부(승부) 보려고. 남자로 살기 힘든 세상"이라며 한숨을 쉬어 보였다. 또 "내 직장동료가 나 몰래 찍었을 거 생각하면 토 나온다"는 누리꾼의 댓글엔 "나도 너는 안 찍어. 가서 커피나 타와 미스 김"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에 따르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범죄 성립 여부의 핵심은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동의가 없었다면 혐의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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