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해시태그_과학’
30년간 KIST의 미세먼지 연구 담아
72시간 노출시 신경세포 비정상 활성화
14일되면 신경세포 죽어…치매될수도
30년간 KIST의 미세먼지 연구 담아
72시간 노출시 신경세포 비정상 활성화
14일되면 신경세포 죽어…치매될수도
[헤럴드경제=이윤미 선임기자]코로나로 얼마간 잊었던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나쁨’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서 비가 내려 답답한 공기를 씻어주길 기대한다. |
그런데 사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지름의 20~30분의1 수준이고, 빗방울은 1밀리미터 정도로 미세먼지 크기는 빗방울보다 수백 배 작다. 즉 미세먼지는 비 사이로 막 간다. 미세먼지는 빗방울과 충돌해야 제거되는데 고농도 미세먼지에다 강수량 마저 적은 겨울과 봄에는 비로 미세먼지를 제거하기는 힘들다.
미세먼지는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어떻게 생겨나고 성분은 무엇이며, 우리 몸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현재 미세먼지를 없애는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무지한 게 사실이다.
문학과지성사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기획해 내놓은 과학시리즈 ‘#해시태그_과학’의 1차분으로 출간된 ‘미세먼지’는 KIST에서 30년간 미세먼지 연구를 수행한 배귀남 책임연구원을 비롯, 손성하, 박소정 연구원이 집필, 과학에 기반한 미세먼지에 관한 모든 것을 자세히 담았다.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황이 습한 상태에서 황산염이라는 이온 상태의 미세먼지로 변하는 경우다. 겨울철 아침에 황 함량이 높은 석탄을 태워 고농도로 배출된 이산화황이 안개와 만나면 유해한 미세먼지가 다량으로 생겨나게 된다.
이는 겨울철과 봄철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 원인으로, 충남 서해안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화학성분 중 유기탄소 가운데 다환 방향족탄화수소라는 물질은 미량으로도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2016년 기준 매년 700만 명에 달한다. 실내 공기 오염으로 380만 명, 실외 대기오염으로 42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각종 질환을 야기시키는 건 물론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우울과 분노, 짜증이 느는 건 몸 속에 유입된 미세먼지가 염증 반응을 일으켜 산화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세로토닌 분비가 줄기 때문이다.
이 책의 차별화 지점은 국내 과학계가 수행한 미세먼지 최신 연구결과를 소개한 R&D성과 코너이다.
그 중 김순태 아주대 교수팀은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정량화해 연평균 43퍼센트, 마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날에는 50퍼센트까지 높아진다는 점을 밝혀 냈다. 이효진 KIST 박사팀은 미세먼지 나쁨에 해당하는 수준의 탄소입자에 72시간 노출되는 것 만으로도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결과를 발표했다. 14일 노출 시엔 신경세포가 사멸했는데 기억을 잃거나 인지장애,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환경과 대기 상황, 지형에 대한 설명은 일상생활이나 도시설계시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한 예로 미세먼지 농도는 지표면에 인접한 공기층인 대기경계층(대기혼합고)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대기혼합고는 일반적으로는 지표면에서 1000~2000미터 높이지만 추운 겨울밤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절반 높이인 200~300미터까지 낮아진다. 낮을 수록 오염물질 농도는 짙어지고 화학적 작용에 의해 2차 미세먼지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 동고서저 지형은 미세먼지 이동에도 영향을 미쳐 수도권, 충남 지역에서 배출된 오염 물질이 서풍을 따라 이동하다가 태백산맥에 막히면서 원주를 비롯한 영서 지방과 충북 내륙에 오염물질이 축적되게 된다.
도시에서 실험 중인 대기를 환기시키는 바람길 실험 사례도 눈길을 끈다. 국내에선 세종시에 도시 외곽 산림의 맑은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이고 오염된 공기는 배출하는 도시 바람길 숲이 조성됐다.
책은 미세먼지의 일반적 특성 뿐 아니라 한국적 특수성과 지형에 따른 미세먼지의 활동을 일반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설명했다.
미세먼지/배귀남 외 지음/문학과지성사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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