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연구 용역 후 9월 지정
“한민족 문화동질성 지탱해준 전통, 中동북공정에 맞서 선제적 체계화”
내년 연날리기도 문화재 지정 추진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을 맞아 동네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장승을 함께 만들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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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추석 등 명절과 세배, 성묘 등 ‘명절 세시풍속’이 올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설,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등 명절과 세배, 성묘 등 명절 세시풍속의 가치에 대해 올해 7월까지 연구 용역을 마친 뒤 9월 이들을 함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명절 분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관련 자문회의’를 열고 명절과 명절에 행하는 세시풍속을 아울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명절은 역사성만큼이나 오늘날까지 공동체에서 전승돼온 사회·문화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배영동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안동대 문화유산학과 교수)은 “명절 세시풍속은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며 개인화되는 오늘날에도 한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지탱해주고 있는 전통”이라며 “오늘날은 그 의미가 옅어졌다지만 무형문화재 지정이 다시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석날 가족들이 고향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있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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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추석은 앞선 2021년 12월 연구용역을 통해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 바 있다. 삼국사기 신라 본기에 추석을 뜻하는 ‘가위’를 이두식으로 표기한 ‘가배(嘉俳)’가 기록된 사실에 미뤄 삼국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추석 명절을 지내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음력 5월 5일 단옷날 한 아이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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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무형문화재 지정 추진은 속칭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기술·예능 보유자뿐 아니라 국민이 함께 전승해온 지식이나 의식주 등 공동체의 생활 관습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최근 무형문화재 체계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문화재청은 2015년 보유자나 보유단체 없이 전승되는 ‘공동체 종목’을 지정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했다. 이어 최근까지 아리랑, 김치 담그기, 온돌문화, 장 담그기, 한복생활, 윷놀이 등 16개 종목을 지정했다. 공동체 전수 종목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규정하는 유네스코의 정책에 발맞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한민족의 전통 문화를 자국 고유문화라고 주장하는 중국 일각의 왜곡에 맞서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비물질문화유산’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이 지정한 조선족 관련 무형유산은 널뛰기, 아리랑, 김치 담그기 등 국가 지정 무형유산 17개 종목과 동북삼성이 지정한 성급 무형유산 81개 종목 등 모두 98개 종목에 이른다. 한민족의 문화가 가치를 인정받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지만 최근 한복 논란에서 보이듯 중국의 고유문화로 왜곡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인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중국이 조선족 관련 문화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자국 고유문화로 세계에 알리고 있는데, 그때그때 맞대응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공동체 문화유산을 검토해 문화재 지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장은 명절 세시풍속의 문화재 지정 추진에 관해 “우리의 공동체 무형문화유산을 선제적으로 체계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며 “내년에는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와 구전설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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