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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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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난민 구조선에 '심술'…입항 요청에 멀리 떨어진 항구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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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오 베런츠호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탈리아 난민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을 싣고 온 비정부기구(NGO) 난민선의 입항 요청에 일부러 먼 곳에 있는 항구를 열어주며 심술을 부리고 있다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전날 리비아 연안에서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난민 73명을 소속 선박인 '지오 베런츠' 호로 구조한 뒤 이탈리아 내무부에 인근 항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내부는 MSF가 일반적으로 난민을 하선하는 남서부 시실리 해안에서 1천200㎞ 이상 떨어진 동부 안코나항에 하선하라고 통보했다.

MSF 구조팀장 후안 마티아스 길은 "내무부는 지오 베런츠 호에 탑승한 73명의 생존자를 더 가깝고 안전한 항구에 내릴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며 "현재 (안코나항을 향해)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MSF는 기상 악화로 안코나항까지 가는 데 사흘 이상이 걸린다고 설명하며 인근 항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내무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내부무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에 입항하려는 난민 수송선을 먼 곳으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지난달 17일 난민 구조선 '오션 바이킹' 호로 남부 지중해 해상에서 난민 113명을 구조했을 때도 내무부는 구조 지점으로부터 1천700㎞ 떨어진 동북부 끝자락에 있는 라벤나항에 하선하라고 통보했다.

지중해에서 라벤나항까지는 배로 꼬박 나흘이 걸린다.

이는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난민을 구조한 뒤에는 내무부에 곧바로 입항을 요청해 지정받은 항구로 지체 없이 가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내무부가 NGO의 난민 구조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일부러 구조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항구를 배정하며 괴롭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이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국제구호단체의 해상 난민 구조 활동에 반감을 드러내 온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이송 문제를 두고 MSF를 포함한 NGO 단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취임 전부터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조르자 멜로니 내각은 작년 11월 난민 구조선 4척 중 일부에 대해서만 하선을 허용했는데, 당시 이탈리아를 대신해 난민을 받은 프랑스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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