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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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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오르는 웹툰 '정년이'…작가 "무대화 꿈꾸며 작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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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최초로 창극으로 제작돼 3월 공연…드라마로도 제작 예정

서이레·나몬 작가 "이야기의 힘·여성국극 독특한 소재, 통했나 봐요"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하는 경우는 이제 흔하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로도 빠르게 스며들던 웹툰이 이번에는 최초로 창극으로도 만들어져 국립극장 무대를 밟는다.

오는 3월 국립창극단이 선보이는 신작 '정년이'는 1950년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소리에 재능이 있는 주인공 '윤정년'이 돈을 벌겠다며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국극단에 입단하게 되고, 온갖 시행착오 끝에 주연으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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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정년이'
[네이버웹툰 제공]


창극화를 두 달 앞두고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원작 웹툰의 글과 그림을 각각 맡은 서이레·나몬 작가를 만났다.

나몬 작가는 "서이레 작가와 무대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웹툰) 작업을 했다"며 "정년이와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소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신기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서이레 작가도 "춤·노래·연기 이 3가지 중에서 춤이 항상 상대적으로는 웹툰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극 중 혜랑의 춤인 오고무(五鼓舞)가 실제로는 화려하고 흥분을 고조시키는 춤인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원작가들이 각색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서이레 작가는 "매체가 바뀌면 거기에 맞는 장르 문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같은 이야기여도 매체에 맞게 자르고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제 손을 떠났다'고 여기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년이가 속한 매란국극단 말고도 다른 극단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을 누군가 소설로 써줘도 좋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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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정년이'
[국립극장 홈페이지]


'정년이'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웹툰이 완결된 지 약 반년 만에 창극,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로의 확장이 결정된 비결에 대해 작가들은 이야기가 가진 힘을 첫손에 꼽았다.

서이레 작가는 "작품의 드라마가 세다"며 "재능 많은 시골 소녀가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크게 웃고 화내는 등 솔직한 정년이를 응원하는 마음이 다들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몬 작가는 "텍스트의 힘이 가장 큰 부분"이라면서 "'정년이'를 연재할 즈음에 여성서사(여성이 주인공이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조) 작품이 대두됐고, 그 흐름 속에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정년이'에서는 주인공부터 라이벌, 조력자, 악역, 연인까지 모두 여성 캐릭터가 담당하고 있다.

이런 서사에 설득력을 불어넣는 데는 여성국극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한몫한다.

역사 속 여성국극은 왕자와 장군 등 모든 캐릭터를 여성 배우가 도맡았고, 여성 팬들은 왕자 역의 배우에게 혈서를 쓸 정도로 열렬한 '팬심'을 보인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장르였다.

서이레 작가는 "대학에서 근대문학 관련 수업을 듣다가 친구를 통해 여성국극 관련 논문을 접했다"며 "배우들의 캐릭터도 강하고, 극에도 강하고 농밀한 서사가 있어서 웹툰으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찾아볼수록 여성국극을 더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렇다면 (원래 쓰던) 소설보다는 웹툰이 더 잘 어울리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웹툰 속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가장 뛰어난 여성이 왕자가 사라진 이 시대의 왕자가 된다'는 문장에 대해서도 풀어냈다.

서이레 작가는 "6·25 전후에는 전쟁으로 인해 여성의 사회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가부장제가 약해졌다. 왕자를 기다리던 공주가 직접 왕자가 될 수 있었던 시기"라며 "지금은 왕자나 왕비가 전부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고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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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정년이'에 등장하는 극 '쌍탑전설'
[네이버웹툰 갈무리]


당초 '정년이'의 결말은 차츰 인기를 잃다가 오늘날에는 대다수가 모르는 장르가 되어버린 여성국극의 실제 역사처럼 비극적일 예정이었다.

더는 사람들이 찾지 않지만, 여전히 주인공과 동료들은 여전히 작은 극장에서 여성국극을 계속 이어가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으려 한 것이다.

이 같은 결말은 그림 없는 콘티 단계에 해당하는 '트리트먼트'까지 만들어져 그림작가의 손에 넘어갔지만, 막판에 해피엔딩으로 뒤집혔다.

나몬 작가는 "트리트먼트를 받아보니 독자도, 작가들도 즐겁지 않은 상태로 끝날 것 같았다"며 "'정년이'가 역사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많은 부분을 기용(차용)했지만, 역사물은 아니기에 캐릭터의 플롯대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서이레 작가는 "저는 비극적인 결말이 더 재미있었다"면서도 행복한 결말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옛날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창작하고 소비하는 사람은 현재에 있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창극 '정년이'는 3월 17일 개막한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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