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잠전 훈련 |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서울에서 36페이지의 문서 중 한 문장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쉽다."
지난달 16일 일본이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효하자 한국에서는 NSS상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항의와 함께 일본의 북한 선제 타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국의 이런 분위기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전문가들에게 그에 대한 입장을 물어왔다.
그 답변 중 하나가 헤리티지재단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한 이 말이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NSS에 대해 "점증하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더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일본의 극적이고 환영할 만한 사고 전환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과 평양의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일본이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에서 36페이지의 문서 중 한 문장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쉽다"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은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자 안보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새 NSS를 만든 배경이 된 안보 환경 변화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런 답변은 사실 일본의 방위 능력 강화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명의로 일본이 방위 능력을 강화하기로 한 NSS에 대해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라면서 극찬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별도 환영 성명을 냈다.
프놈펜에서 작년 11월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
미국의 이런 태도는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상징되는 미일 동맹의 뿌리 깊은 역사에 더해 한때 미국의 '불침항모(不沈航母)'가 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던 일본의 방위 능력 확대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한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패권을 추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중국·러시아간 협력이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는 등 동북아 안보 환경이 변화하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미국의 안보 이익에 잘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미국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일본과 한국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대립 구도로 가거나 동북아가 군비 경쟁의 장이 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신냉전 구도는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고, 군비 경쟁은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은 경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제1 교역 국가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과거 아픈 역사와 맞물린 우리 국민의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우려 자체가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는 데다가 정부의 외교 정책 역시 국내 여론과 함께 할 때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 한국의 안보적 상황과 그에 따른 입장 및 우려를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을 통해 대응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미국의 관심 사항인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라도 한일간 양자 문제가 잘 처리돼야 한다는 것은 미국 역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도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의 안보 전략 발표는 다양한 안보 이슈에 대한 한일간 오해를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3국 공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자간 관계가 안정적인 한일 관계를 지지할 수 있는 소중한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새 방위 전략을 발표한 뒤 처음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3일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당장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부터 한반도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입장이 반영된 목소리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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