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5일(현지시간) 보도된 AFP 인터뷰에서 향후 카불과 테헤란을 방문해 당국과 여성 혐오 문제와 관련해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최악 중 최악”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지금처럼 여성을 억압하는 상황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프가니스탄은 2021년 8월 탈레반의 미군 출수 이후 정권을 잡고, 이슬람 통치를 내세워 여성의 삶을 점점 더 옥죄고 있다. 최근 여성의 대학 교육까지 금지하면서 국제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특히 아프간이 여성의 비정부기구 활동도 금지한 것을 가장 두드러진 사례로 꼽으며, “비정상적 사고”가 어떤 결과를 부를지 상기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이후 75년이 다 되고도 여성과 소녀의 인권을 빼앗으려는 시도가 증폭되고 있다는 점은 깊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들 지역의 여성 혐오나 성 평등에 훼방을 놓는 시도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여성 인권 억압이 기승을 부린다”고 투르크 최고대표는 짚었다. 아프간 방문 관련해서는 “시의적절한 때를 찾을 것”이라며 “아프간 발전에 여성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당국자와 논의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이란을 방문할 의사도 있다고 한 투르크 최고대표는 ”여성과 소녀를 상대로 한 차별적 관행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했다. 아직 이란 당국에서는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 착용 강제를 놓고 여성 인권 억압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며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격화된 상황이다. 이에 당국이 강경 진압으로 맞서며 유혈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온라인의 여성 혐오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콕 집어 “여성 혐오와 성희롱이 허용되도록 하는 장소”라 했고, 온라인에서는 알고리즘에 따라 “증오 발언이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재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올해 57세인 투르크 최고대표는 2022년 10월 유엔 인권최고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는 취임 직후 트위터 사주가 된 일론 머스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트위터 경영의 중요 기준으로 인권을 둘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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