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동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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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맞이한 2023년. 이제 실내 마스크 착용도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시기임에도 길거리는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현상’이 올해까지도 이어지면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경제적 어려움이 국가적으로 닥치면 경제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취약계층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지난해도 힘들었지만,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 토로하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올해 소망을 쿠키뉴스가 직접 만나고 들어봤다.
물가는 2배지만 컵밥은 그대로…“학생들 굶을까봐 가격 못올려요”
청운의 꿈을 꾸며 젊은 2030세대들이 모이는 노량진. 이곳에서 20년이 넘는 세월 속 컵밥집을 운영한 터주대감 김 씨는 20년간 지난해 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IMF라는 국가적인 시련도 무사히 넘겨왔지만, 유래 없는 고물가라는 치명타를 맞으면서 각종 식자재 비용과 부대비용이 증가하면서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것.
김 씨는 “재료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겠다. 특히 코로나 전만 하더라도 한 통에 12만원 하는 LPG가스가 지금은 24만원에 달한다”며 “그래도 여유롭지 않은 고학생들을 생각한다면 컵밥 가격을 올릴수 없어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직장인들이 컵밥골목을 찾는 빈도가 늘어났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이 그대로라 점심값을 아끼려고 찾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자영업자들이나 직장인들이나 어려운건 마찬가지인 듯 싶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가득했던 컵밥 골목의 점포들도 이제는 절반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김 씨는 “컵밥집 사장들도 장사를 접고 배달일을 하러 나가거나 식당에 취업할 정도로 컵밥골목의 상태가 안 좋다”며 “올해는 부디 물가가 안정돼서 떠났던 사장들도 돌아오고 컵밥골목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동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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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의 한숨 “나야 괜찮지만…자식들 걱정에 잠 이루기 힘들어”
기자가 취재를 위해 이동하고자 탑승한 택시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차 씨는 자신보다 이제는 독립한 자식들과 청년세대들이 걱정된다고 이야기했다. 차 씨는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소일거리를 위해 개인택시를 시작했는데, 택시 수입이 코로나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하지만 벌어놓은게 있는 나야 괜찮다고 해도, 이제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아들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집 값’. 2년 전 전세를 구해 들어갔다는 차 씨의 아들은 대출을 끼고 들어가다 보니 최근 고금리 시대 속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부담이 한 층 커졌다.
차 씨는 “앞으로 한국사회를 이끌어 나갈 세대들이 20대 30대인데, 이들이 잘 버틸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을 정부가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조은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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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사장님 “이젠 좋은 이야기 나왔으면…소비심리 살아나길”
2009년부터 영등포구청 인근서 카페를 운영해온 이 씨는 지난해 카페 내부를 리모델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치명타를 입었지만, 구청 근처에 위치하다보니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손님 덕분에 가까스로 버텨냈다. 이 씨는 코로나19 영업제한이 해제되고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손님 맞을 준비를 위해 큰 마음을 먹고 많은 돈을 들여 내부를 뜯어 고쳤다. 하지만 거리두기 해제 후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 씨는 “코로나 3년 동안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죽을 맛이에요. 리모델링 괜히 했어요”라고 하소연했다. 구청 인근에 위치해 점심식사 후 찾아오는 직원들로 버텼는데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니 코로나 때보다 손님이 더 줄었다고 한다.
이 씨는 지난 3년 동안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가 빨리 폐업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고금리로 지갑을 안 여니까 이벤트 하는 카페만 찾아다니다 끝나면 다른 곳으로 옮겨버린다”고 말했다. 새로 창업한 카페들이 초기 장사가 잘되는 줄 알고 버티다가 손님이 끊기자 오래 버티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 씨의 새해 바람은 다음과 같다. “새해에는 언론에서 경제가 힘들다는 얘기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를 3년 넘게 언론에서 하다보니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돼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만큼 현상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파장도 고려해 보도가 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했다.
사진=밥상공동체 연탄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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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이어지고 있는 에너지빈곤층의 겨울
우리나라는 서울, 부산, 인천을 포함한 전국 31개 지역에서 아직 연탄을 떼고 있다. 2021년 기준 연탄사용가구는 총 8만1721가구로 △서울 1773가구 △경북 2만7894가구 △강원 1만9124가구 △제주 112가구 등이다. 가구형태로는 △수급자 2만4810가구 △차상위 8040가구 △소외가구 3만5966가구 △일반 및 기타 1만2905가구이다.
연탄을 떼는 가구를 ‘에너지 취약계층’ 혹은 ‘에너지 빈곤층’이라 부른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취약차주가 대부분으로 기업, 개인, 단체를 통해 연탄 후원을 받는다. 수백~수천 개의 단위부터 주문이 가능해 후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2020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탄기부와 후원이 절반 이상으로(59%) 줄면서 나눌 수 있는 연탄의 양이 크게 줄었다. 연탄가구는 남들보다 일찍 겨울을 맞고 남들보다 늦게 겨울을 마치게 되는 셈이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는 연탄 사용 가구에게 유난히 힘든 해였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우와 잦은 폭설 때문이다. 거주 환경 자체가 열악한 데다 연탄이 젖으면 사용이 불가능해 추위에 떤 가구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탄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후원 중지 요청이 많았다”고 했다. 그나마 최근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연탄 봉사자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고 푸념했다. 이어 “올해는 실내마스크 의무가 해제되고 봉사자 수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진=조은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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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발길 줄어든 옷가게…“어렵지만 신상 진열은 꾸준히 하려고요”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정 씨는 입소문으로 규모에 비해 많은 수입을 올려왔다. 다행히도 코로나 때 경제적 타격은 없었다고 한다. 주 고객층이 20~40대 직장인이라 옷 구매를 꾸준히 했다고 한다. 박 씨는 고객들을 위해 계절별 신상 옷을 성실히 새로 진열했다.
하지만 지난해 고금리, 고물가가 겹치면서 자주 오던 고객들의 발길이 점차 끊겼다. 창고에 재고는 점점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겹치며 신상 옷을 들여오기엔 재고 감당이 어려워 신상품 교체를 자주 못했다고 한다.
정 씨는 “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코로나는 그다지 여파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고물가, 고금리가 직장인들의 소비를 줄였어요”라고 말했다. 생계에 위협이 느껴지니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거기엔 패션, 네일 등의 비필수적인 소비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정 씨는 “여전히 재고 감당은 어렵지만, 신상 진열은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대신 조금씩만 주문하려고요”라며 변화로 새해를 맞이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경기가 회복되길 바랄뿐 다른 건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조은비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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