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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대재해법 1년, 그룹 총수도 처벌 검토…재계는 "위헌"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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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처벌 기준을 두고 혼란이 여전하다. 이미 기소된 업체들은 “법 내용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위헌소송 절차에 들어갔거나 동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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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첫 적용 사건이 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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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대표 넘어 그룹 회장까지 '처벌' 검토



검찰은 지난해 1월 발생한 삼표산업 채석장 사망사고 책임을 물어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사법 처리할지 고심 중이다.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암석을 뚫는 작업을 하다 노동자 3명이 사망했는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뒤 ‘1호 사고’였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 이종신 대표와 임직원만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1월 그룹의 오너 정 회장을 소환조사하며 기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 관계자는 “1호 사건인 만큼 꼼꼼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기소되면 중견기업과 대기업에서 계열사 대표를 넘어 그룹 총수까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선례가 된다.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있어야 사고가 줄어든다는 입법 취지를 반영한 조항이다.

다른 중대재해 사건에서도 검찰은 원청업체 대표급을 기소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송치한 33건 중 11건이 기소됐고, 불기소는 1건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대다수가 원청업체 대표였다. 통상 하청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탓에 중대재해법을 근거로 원청업체, 그 중에도 대표에게 직접 혐의를 적용하게 된 것이다. 일례로 제주지검은 지난해 12월 30일 제주대 생활관 공사 중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에서 원청업체 대표를 기소하며 “이전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현장소장 등만 처벌됐겠지만,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원청 대표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재계 "법 조항 애매하고 불명확…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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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재계에선 ‘최종 책임자’를 정의한 조항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때마다 수사 기관이 기업 내 안전 관련 결재라인을 따져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경제5단체장 만찬을 하면서 “법 자체에 결함이 많다. 행정부에서 가능한 조치를 통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시행령에 명시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이는 국회 논의 단계에서부터 지적된 문제기도 하다. 2020년 12월 30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금까지 책임을 안 졌던 대표이사 이런 사람도 지울 만한 책임이 있다”며 안전 의무자에 ‘대표이사’를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의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대표이사의 의무가 있고, 안전담당자 의무가 있다. 대기업에서 안전담당자의 의무를 대표에게 똑같이 지운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결국 결론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기업들은 이 법이 헌법상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위헌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가장 먼저 기소된 두성산업은 지난해 10월 법원에 위헌법률신판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기각해도 두성 측이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어 위헌소송은 상반기 중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뒤이어 다른 기업들도 소송 행렬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위헌소송 결론이 나올 때까지 현행법대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인택 중대재해처벌법 실무연구회장(전 검사장)은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부터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할 때’ 등인데 형벌의 근거를 의사 개인의 판단에 맡긴 것부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같은 사망사고에도 중대재해법 처벌 규정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과중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국회입법조사처가 산업재해 관련 보고서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일시적으로 재해가 감소하지만 이후 다시 상승하기 때문에 '노사 협의체 구성' 등을 지원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재계 측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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