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변이 추적 느슨해졌는데…감염 파동은 주기적으로 되풀이
이코노미스트 "중장기 예방 백신 없어, 지속적 모니터링 필수"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
이 자국민 해외여행을 허용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지만, 이미 세계 각국이 방역 경계심을 늦춘 탓에 새 바이러스 변이 추적이 어려워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감시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것이 중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걱정거리"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 5일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의문의 폐렴 증상을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분리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SARS-CoV-2'로 이름 붙인 이 바이러스는 이후 꼭 3년이 지나는 동안 지구를 휩쓸며 인구 대다수를 감염시켰다.
백신 개발과 감염 후 회복 사례가 쌓이며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다소 늦춰졌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런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이제는 재감염도 빈번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입국 규제 조치는 확산 방지 차원에서 실효적이지 않다고 한다.
중국 내 우세종 변이는 이미 이들 국가에서도 널리 퍼져있는만큼, 설령 중국에서 감염된 여행객이 입국한다 해도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시각이다.
오히려 문제는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감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이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봉쇄를 해제하고 사람들 사이 왕래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코로나19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지만, 현재 중국 당국은 제대로 된 중증 환자 및 확진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마리아 반 커크호브 WHO 기술 수석은 최근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보고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 건수가 2020년 초반과 비교해 90% 이상 감소했고, 이를 제출하는 국가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다들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안이해졌다"고 꼬집었다.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 홍콩발 입국자가 들어서는 모습. |
코로나19를 포함한 모든 바이러스는 자기 복제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변이의 상당수는 바이러스의 외관상 변화에 그치지만, 일부는 전염력과 중증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각국을 휩쓸며 수많은 사망자를 낳았던 델타 변이다. 최근 우세종인 오미크론 변이는 이보다 치사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어떤 변이가 또 나타날지 예단할 수는 없다.
WHO는 코로나19의 여러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전파 가능성이나 치명도가 높고 백신 저항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관심 변이(VOI)에서 우려 변이(VOC)로 다시 분류해 정밀하게 추적 관리하는데, 2021년 말 나타난 오미크론 이후 현재까지 새 VOC 지정은 없는 상태다.
코로나19 변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한가지 가설은 암이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으로 면역체계가 손상·억제된 인체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 바이러스가 오가는 과정에서도 우려 변이가 생겨날 수 있고, 여러 종류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한꺼번에 감염된 인체 내에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파동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현존하는 백신들이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만큼,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감시체계를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서투른 봉쇄 해제는 자국민들에게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전세계적인 장기적인 감시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만 있다면 다행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직원들이 중국발 입국자들에게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나눠주고 있다. |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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