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중국이 다음달 초부터 해외입국자에 대한 시설격리 조치 폐지를 예고하며 '제로 코로나'의 마지막 빗장이 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도 재개될 예정으로 한국, 일본, 태국 등 인접국 비행편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다만 중국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 준비를 함에 따라 감염 확산 통계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밤 중국위생건강위원회는 다음달 8일부터 모든 해외입국자에 대한 시설 격리를 폐지하고 출발 48시간 이내 실시한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입국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현재 해외에서 중국에 입국하려면 시설격리 5일과 자가격리 3일을 거쳐야 한다. 해외입국자에 대한 전원 PCR 검사도 폐지될 예정이며 공항에서 실시하는 검역 절차를 통과하고 건강 신고 내역에 이상이 없다면 입국이 가능하다.
미국외교협회(CFR) 황옌중 세계보건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해외입국 제한 완화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최종적으로 끝났다는 신호"이며 중국 정부가 관리들에게 이제 질병 통제보다 경제 회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평가했다. 매체는 다만 관광 비자 발급 재개 시기를 포함해 많은 구체적 사항들이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번 완화 정책은 코로나19 관리 수준을 다음달 8일부터 페스트나 콜레라 등이 포함되는 '갑(甲)류'에서 바이러스성 감염이나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과 동등한 '을(乙)류'로 하향 조정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시 증상이 폐렴으로까지 악화되는 경우가 적다며 코로나19 공식 명칭을 '신형 코로나형 바이러스 폐렴'에서 '신형 코로나형 바이러스 감염'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다음달 8일부터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격리 조치도 폐지된다.
중국 정부의 이번 정책은 내부에 '위드 코로나' 정책을 일관되게 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동부 장쑤성 보건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조치가 감염이 급격히 번지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다시 전면 봉쇄 정책으로 돌아설 것을 우려하던 지방 정부에게 "희소식"이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매체에 이번 발표로 "코로나19 정책이 뒤집힐 것이라는 걱정 없이 일상 회복과 개방 쪽으로 확고히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이번 발표에서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도 "질서있게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힘과 동시에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고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매체는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 자료를 인용해 발표 15분 만에 국제선 비행기표 검색량이 7배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는 태국, 일본, 한국이었다. 인구 14억 명의 중국에서 빠르게 감염이 확산될 경우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변국의 긴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해외입국자 방역 완화에도 여행객들의 중국 방문이 빠르게 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중국이 방역 완화로 돌아선 뒤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증언이 속출했지만 중국 당국은 14일부터 무증상자를 신규 확진자 통계에서 제외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부턴 사망자 집계 기준까지 바꿔 감염 확산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공표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지난 23일 기준 4128명이었다.
반면 지방 정부에선 일일 확진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인구 6500만 명의 저장성 당국이 25일 기자회견에서 일일 확진자 수가 100만 명이 넘어섰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매체는 인구 1000만 명의 칭다오 보건장관이 23일 현지 언론에 일일 확진자 수가 50만 명에 달하며 향후 며칠 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같은 날 광둥성 둥관 방역 당국도 매일 25만~30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털어 놨다고 전했다.
중국의 현재 면역 수준이 유지될 경우 감염자 향후 3달 간 12억7000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사망자는 6개월 간 149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1일 마카오대 및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사전 공개한 논문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히고 다만 인구의 90%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3회 이상 접종하고 감염자의 75%에 중증 증상을 줄이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처방되는 등의 조치가 철저히 실시될 경우 사망 추정치가 19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기준 중국 80대 이상 고령층 백신 3차 접종률은 40%에 그쳐 사망자 폭증 위험이 제기돼 왔다. 논문이 제시한 추정 사망자 수인 149만 명 중 고령층이 140만 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당 논문은 의학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재됐고 아직 동료 검증은 거치지 않은 상태다.
중국 당국이 본토에서 자국 생산 백신만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중국인들이 관광객들에게 mRNA 백신을 제공하는 마카오로 향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이달 초 중국 방역 완화 뒤 마카오 병원 고객센터 담당자에게 백신 관련 문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왔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예약을 잡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미 감염된 탓에 예약을 취소하는 이들의 수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본토인들의 수요가 폭증하며 마카오에서 백신 관광 중개인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25일(현지시각) 중국 광둥성 광저우 바이윈 공항에서 해외입국자들이 격리 시설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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