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중국인 싹쓸이에 감기약 구매 제한…홍콩선 해열진통제 품절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의 약국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 2022.12.27. |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에서 코로나19 의약품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현지인들이 암시장에서 인도산 복제약(제네릭)을 구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중국은 올해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자국산 아쯔푸(阿玆夫·Azvudine) 등 2개의 코로나19 치료제를 승인했다.
SCMP는 "해당 약의 제한된 공급과 비싼 가격으로 많은 중국인이 불법이지만 저렴한 인도산 수입 복제약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코로나19 인도 복제약 한 상자에 1천위안(약 18만 원) 판매' 같은 글이 퍼져나가고 있으며, 누리꾼들은 해당 약의 구매 방법을 서로 주고받는다"고 소개했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는 4종류의 인도산 코로나19 복제약이 불법 거래되고 있다.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약으로 판매 시 처벌받는다.
2개는 팍스로비드의 복제약이며, 2개는 독일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의 복제약이다.
팍스로비드의 정가는 한 상자에 2천980위안(약 54만 원)이지만, 인도산 복제약은 530∼1천600위안(약 9만∼29만 원)에 살 수 있다.
일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검열과 단속을 피하려고 해당 복제약을 판매하면서 약 이름을 바꿔 올리고 있다.
중국 보건 전문가와 의사들은 불법 약 구매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소셜미디어 위챗 등을 통한 불법 판매자에게서 약을 구매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SCMP는 "베이징의 한 고급 사립 병원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해준다는 소문이 퍼지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임에도 많은 이들이 노인들을 위해 이를 구하려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그중 한 명인 베이징 주민 메이 선 씨는 진찰료를 포함해 팍스로비스 한 상자를 3천800위안(약 69만 원)에 구매했다. 그는 유통기한이 두 달 남은 이 약을 말기 암 환자인 아버지를 위해 이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해 입원실도 구할 수 없고 의사도 제때 볼 수 없게 될 경우가 우려스럽다"며 "나중에 후회하느니 약을 구비해 놓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의약품 부족 사태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국으로 여파가 미치고 있다.
중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을 위해 해열진통제를 구매해가거나 배송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현지에서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이 동나고 있다.
SCMP는 "중국에서 온 고객들이 감기약을 싹쓸이하면서 일본 도쿄 약국들이 구매 제한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명 감기약인 파브론 골드 A가 인기로, 일부 약국은 해당 약을 1인당 한 상자 이상 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해당 약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효험이 있다는 입소문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안후이성에서 도쿄로 출장 온 한 여성은 아사히신문에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에서 약품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약을 사재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기약과 진통제 40상자 구매에 2만 엔(약 19만 원)을 썼다면서 "중국에 돌아갈 때 내 짐 가방의 절반은 약으로 채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 약품 공급망 관계자는 일본인들 역시 약을 많이 사고 있지만, 이번 달에는 중국에서 온 이들이 가능한 한 많은 감기약을 구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필요한 사람이 약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약값을 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일부 약국은 구매 제한제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재고가 동났다고 전했다.
홍콩에서도 현지 대표적인 해열진통제인 파나돌의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SCMP는 "홍콩에서 코로나19와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홍콩인들이 중국 본토의 친척과 친구를 위해 파나돌을 구매하면서 많은 약국에서 품절됐고 가격도 2∼3배 급등했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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