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시장 잡아라" 풀액셀 밟는 IT업계

신세계아이앤씨 스파로스 EV 충전소. 【사진 제공=신세계아이앤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전기차 충전'을 낙점하고 관련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30% 이상 늘리고 2025년까지 충전기 5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충전소를 찾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충전소를 찾아도 다른 사람이 이용하고 있으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운 좋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를 발견하더라도 기계가 고장 난 채 방치돼 있는 경우도 많다. 시장에 아직까지 뚜렷한 선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업체들이 저마다 차별점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내년 상반기 중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앞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명을 '볼트업(VoltUp)'으로 확정한 데 이어 2023년 조직개편에서 'EV충전사업단'이라는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EV충전사업단을 이끌 현준용 부사장은 LG유플러스에서 서비스개발실장, 융합서비스부문장, 홈플랫폼추진단장을 맡은 바 있다. LG유플러스의 전기차 충전 사업 진출은 꾸준히 예상돼 왔다. 전자, 화학,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전기차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회사인 LG헬로비전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LG헬로비전은 환경부가 선정한 전기차 충전기 보급 사업자로서 충전시설 설치와 유지·관리, 관제 역량을 갖췄다.

'볼트업'은 충전기 사용 전후 이용자의 시간 소비를 절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앱을 통해 충전소 위치를 찾고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충전을 마친 뒤에는 운전자에게 완충 알림이 발송돼 사용 순환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자사 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구독 서비스에 볼트업을 출시하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에서 조기 안착을 위해 볼트업 충전소 구축 비용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향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도 전기차 충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올 초 국내 전기차 충전기 제조 기업 중앙제어를 인수한 이후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 '이브이시스(EVSIS)'를 출시한 롯데정보통신이 대표적이다. 이브이시스는 사용자 앱, PC 웹, 충전기를 통합 연결하는 충전 운용 플랫폼이다. 고객은 앱을 통해 충전소 검색은 물론 예약, 결제, 평가까지 진행할 수 있다. 가맹점에는 충전소 관리, 원격 제어, 기능 개선을 위한 통합 대시보드를 지원한다.

특히 롯데그룹과의 시너지가 사업적 강점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주차장 16만7000면을 비롯해 고객 접근이 용이한 도심 용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한 L포인트 결제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통합충전, 자율주행과 같은 부가서비스로 차별화를 노릴 수 있다. 실제로 롯데정보통신은 구독 서비스, 주차장 통합관제, 긴급 충전을 비롯한 서비스를 차근차근 늘려갈 계획이다. 또한 롯데그룹의 전국 도심 거점, 주유소, 주차장 등을 활용해 2025년까지 1만3000곳의 충전 거점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롯데정보통신이 선보인 전기차 충전 서비스 '이브이시스(EVSIS)'. 【사진 제공=롯데정보통신】

신세계아이앤씨 역시 지난 10월 전기차 충전 서비스 '스파로스 EV'를 출시했다.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 컨설팅과 충전소 운영을 포함한 종합 서비스다. 실시간 모니터링, 원격제어는 물론 전기차 이용 고객을 위한 앱 서비스도 제공한다. 앱에서는 QR코드 기반의 간편 충전 기능부터 충전소 위치 안내, 실시간 충전 상태 조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를 통해 서비스 이용 안내와 현장 출동을 위한 실시간 대응 체계도 갖췄다.

신세계아이앤씨는 향후 스파로스 EV를 통해 전기차를 충전하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가맹점에서 이용 가능한 신세계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를 활용해 충전 비용까지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연계할 예정이다.

충전소가 위치한 유통매장과 연계한 프로모션 혜택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티맵'과도 손잡았다. 전기차 충전 요금과 주차장 이용 요금을 합산해 출차 시 자동 결제되는 '무정차 출차 서비스', 전기차 충전 중 배터리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배터리 진단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내년까지 충전기 2300대를 순차적으로 구축하고 전기차 보급 속도에 맞춰 2026년까지 3만4000대 넘게 확대한다는 목표다. 신세계아이앤씨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화물차, 버스와 같은 상용차 중심의 기업간거래(B2B) 충전 사업, 전기차 유통과 카 케어 서비스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전력망연동(V2G)을 비롯한 스마트 그리드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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