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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북적인 성탄절…명동엔 '인간띠 경찰'이 호루라기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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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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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땅에 도착했네.” “사람들 때문에 울렁거려.”

성탄절인 25일 오후 3시 서울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출구를 빠져나온 인파 수백 명 속에선 이런 말이 새어 나왔다. 홍대 ‘걷고싶은 거리’로 이어지는 홍대입구역은 개찰구부터 사람이 꽉 들어차 출구로 나오기까지 10분 이상 걸렸다. 계단이 붐비면서 시민들은 특별한 안내 없이도 우측통행을 하며 열 맞춰 차례로 이동했다. 이날 친구 2명과 홍대를 찾은 고등학생 임모(18)군은 “만들어진 줄을 따라가며 사람을 밀치지 않으려고 천천히 움직였다”고 말했다.



일상 회복 후 첫 성탄절…곳곳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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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시민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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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3년 만의 거리 두기 없는 성탄절을 맞아 관광 명소인 홍대나 명동 등은 성탄절 분위기를 느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제주에서 서울로 놀러 왔다는 40대 주부 홍현나씨는 “연말 분위기를 몇 년 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 마음이 들뜨고 신난다”며 웃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홍대의 한 셀프 사진관에는 손님 3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 가게 바깥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고등학생 황모(17)양은 “특별한 날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려고 한다. 기다리는 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홍대에서 20년 넘게 장사했다는 상인 A씨는 “모처럼 시끄러운 연말을 맞게 됐다. 이런 분위기라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성탄절인 이날 교회·성당 등 주요 종교 시설에서는 참석 인원 제한 없는 성탄 의식이 거행됐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3년 만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 성탄절 예배 참석 인원을 10만 명으로 추산했다. 50대 교인 김모(여)씨는 “아이들이 부르는 성탄 찬송을 3년 만에 직접 들으니 비로소 성탄절이라는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인간 띠’로 인파 통제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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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연말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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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겪은 경찰과 지자체는 사고 없는 성탄절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찰이 24~25일 서울 명동과 강남역·홍대 등 전국 37곳에 몰릴 것으로 추산한 인원만 50여만명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경찰관 656명과 기동대 8대를 주요 거점에 배치했다. 오후 4시부터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경찰관들은 “앞사람과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외쳤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에서 인파 관련 안전사고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질서유지 안내와 통제에 시민들이 적극 협조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성탄절 전야인 24일에도 미사가 열리는 명동성당이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명동 거리에 사람이 몰려들었다. 대형트리나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면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달라”는 안내 방송이 한국어와 영어로 울려 퍼졌다. ‘삑’하는 호루라기 소리도 들렸다. 통행로 확보를 위해 명동 노점상 362곳은 이날 자체 휴업했다. 인파 관리를 하던 서울 중구청 직원은 “참사의 영향인지 시민들이 불만 없이 안내를 잘 따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사진 명소로 떠오른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가는 골목길에선 경찰 5명이 통제선을 치고 인파 흐름을 조정했다. 경찰이 좁은 길 중간에서 인간 띠를 만들어 양방향 통행을 조절한 것이다. 고등학생 곽시은(17)양은 “사람이 정말 많지만 경찰관분들이 잘 안내해주고 사람을 통제해 무섭지 않게 명동을 구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려는 수백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백화점 주변에선 “우측통행 부탁드립니다. 길은 돌아서 가시는 게 좋습니다. 질서 유지에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와 같은 경찰의 안내가 반복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썰렁했던 지난해 성탄절과 달리 올해는 거리 곳곳이 들썩이면서 상인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명동 상인 50대 문종철씨는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코로나19 이전 매출을 70~80%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명동을 찾은 40대 주부 이모씨는 “3년 만에 찾아온 도심 속 크리스마스를 보니 희망적인 에너지를 얻어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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