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 둔화 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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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에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20일 오전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인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은 지속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6%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1~11월 중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으며, 연간 기준으론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향후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 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해 정교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물가만 고려하는 건 아니다”고 전제한 뒤 “향후 물가가 5%수준에서 상당 폭 내려와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목표까지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물가가 2%까지 가기 전이라도 국가경제의 발전 및 금융안정 도모라는 한은의 또다른 정책목표도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국제에너지 시장에는 OPEC+ 감산, 대러 제재 강화 등 적지 않은 리스크 요인들이 잠재해 있다”며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가격과 임금 결정에 영향을 줘 고물가의 지속성을 높일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어 “내년 중 전기요금 인상 폭은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상당 폭 반영되면서 지난달 전망 당시의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낮아진 데다, 국내외 경기 둔화폭 확대 및 부동산 경기 위축 등에 따라 수요 측 하방압력도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한 통화정책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고삐를 늦출 경우 재차 물가가 오르면서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잃을 수 있는 반면, 지나친 대응은 자칫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경기 상황, 환율 추이 및 고용상황 등 여러 거시 경제 변수를 판단해서 예측하되 내년 1월 물가 전망치를 다시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적 위험요인”이라면서 “금리만 갖고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주택금융의 구조 변경 및 선·후분양 제도, 고정금리 및 변동금리 등과도 관련돼 있어서 중장기적으로 구조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디레버리징을 외과의사의 환자 처방에 비유하며 “단기간 내 급격히 디레버리징하려고 할 경우, 특히 경기 상황이 안 좋을 땐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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