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2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석유류 가격 상승폭 축소·경기하방 압력"
"근원물가 둔화…개인서비스물가 하방경직"
자료출처=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2022.12) |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한국은행은 20일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하방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둔화되겠으나 개인서비스물가의 하방경직성, 일부 품목의 수급차질 해소 지연 등이 둔화폭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한은은 이날 2022년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날 이창용 총재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향후 근원물가 흐름, 주요국 물가상황, 원유시장 수급여건 등을 점검했다.
소비자물가는 2022년 1~11월중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했다. 이는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4.7%)을 넘어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연중 흐름을 보면 연초 3%대에서 가파르게 높아져 7월중 6.3%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5%대로 다소 둔화됐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연초 2%대 중반에서 11월중 4%대 초중반으로 오름세가 꾸준히 확대됐다. 올해 연간 상승률은 지난 2008년 수준(3.6%)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농산물·석유류 제외 기준으로는 11월중 4%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해외여건을 보면, 세계경제는 글로벌 통화긴축 강화,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주요국 통화정책, 중국 방역조치 완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입물가의 경우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국제유가가 하반기중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오름폭이 축소됐다. 원/달러 환율은 9월 하순 이후 1400원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11월 이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 등으로 하락하여 최근 1300원대에서 등락중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최근 80달러를 밑돌며 연초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내여건은 국내경제는 하반기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민간소비는 고물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저하, 금리 상승 등으로 최근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모습이며, 수출(통관 기준)은 주요국 경기 둔화, IT 경기 부진 등으로 10월 이후 감소로 전환하는 등 빠르게 둔화됐다.
비용 측면에서는 명목임금(1인당, 총액 기준) 오름세가 2분기 이후 다소 둔화됐으나, 상용직 정액급여는 3분기까지 오름세를 지속했다.
기타여건을 보면, 농산물가격은 3분기중 집중호우·폭염 등의 영향으로 채소를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가, 추석 이후 양호한 기상여건 등에 힘입어 빠르게 하락했다.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공공요금에 점차 반영되면서 물가상방요인으로 작용했다.
공공서비스, 전기·가스·수도, 보험서비스료 등 정부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으로 구성된 관리물가는 하반기중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추가 인상(7월, 10월)되고 고속·시외버스요금(11월)도 인상되면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기·도시가스요금의 경우 지난해 이후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원가부담이 커졌으나 인상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는데,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큰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상당폭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올해 하반기중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 오름폭 축소 흐름이 지속됐으나,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전기·도시가스요금도 인상되면서 반기 기준으로 1998년 하반기(6.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7~1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5.7%,전년동기대비)의 품목별 기여도를 보면 개인서비스(+1.91%p), 공업제품(+1.63%p), 석유류(+0.80%p)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하반기 들어 글로벌 수요둔화 우려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감에 따라 석유류가격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다.
공업제품(석유류 제외)은 원유(原乳)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공식품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간 가운데 섬유제품, 화장품 등도 원재료비 인상 등으로 오름폭이 점차 확대됐다.
10~11월중 가공식품가격 상승률(9%대 중반)은 2009년 5월(1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0월 들어 전기료와 도시가스요금이 상당폭 인상되면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의 경우 공공서비스물가가 1%를 밑도는 낮은 오름세를 이어간 가운데 집세 상승세가 완만하게 둔화된 반면 개인서비스물가는 하반기중 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6%대의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집세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 매매거래 위축에 따른 전세매물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세 오름폭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월세는 전세의 월세 전환 등으로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둔화됐다.
자료출처=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2022.12) |
특히 가공식품가격은 전쟁 등에 따른 국제식량가격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외식물가도 수요회복, 원재료비 인상 등으로 과거 급등기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유(原乳) 기본가격 상승으로 우유, 빵, 치즈, 아이스크림 등 관련 가공식품의 가격상승압력이 최근 더욱 증대됐다. 다만 그간 개인서비스물가 상승세를 주도해온 외식물가 상승률은 최근 다소 낮아지면서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면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오름세는 꾸준히 높아져 최근 4%대 초중반 수준으로 확대됐다. 금년중 근원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은 그간 외식 등 개인서비스품목의 물가상승 확산세가 꾸준히 높아진 데다 내구재 등 공업제품의 확산세도 연초에 비해 확대된 데 주로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근원물가 이외의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작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최근 4%대 중반에서 주춤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조정평균물가 및 가중중위수물가 상승률이 최근 둔화된 점에 비추어볼 때 근원물가 상승률도 조만간 둔화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일반인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이 7월중 4%대 중후반 수준까지 높아졌다가 최근 다소 하락했다. 최근 기대인플레이션 둔화는 석유류와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구매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데 영향받았을 가능성을 짚었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전문가)은 물가목표(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물가여건 및 전망에 대해 한은은 "향후 유가 흐름은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로 하방압력이 커졌으나 대러제재(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한 및 가격상한제), OPEC+의 대규모 감산 등 공급측 불안요인도 상존해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곡물 등 국제식량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간 곡물수출 협정 연장 등 하방요인과 이상 기후, 경작비용 상승 등 상방요인이 혼재한다"고 종합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국내외 성장세 둔화 영향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류세 인하폭 단계적 축소, 전기·가스요금 인상 정도 등 정부정책도 향후 물가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짚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하방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경로 상에는 유가 및 환율 흐름,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정도, 국내외 경기둔화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상방압력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압력이 상당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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