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항의 시위 전국 확산에 중국 지도부
"코로나는 못막고 시위만 지속" 판단
갑작스런 전환에 지방에선 혼란 지속
사망자 크게 늘면 불만 또 불거질 수도
"코로나는 못막고 시위만 지속" 판단
갑작스런 전환에 지방에선 혼란 지속
사망자 크게 늘면 불만 또 불거질 수도
[베이징=AP/뉴시스] 9일 중국 베이징의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앉은 한 노인이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중국은 일상 회복을 위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지했으나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전 인구의 80~90%가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22.1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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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이 마지막으로 실시된 곳은 남서부 도시 충칭이었다. 중국 전역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충칭에서는 대규모 검사, 봉쇄, 검역이 10일 동안 지속됐다.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다 중국이 갑자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중단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봉쇄 지시가 중단되고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각지에서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으나 시주석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결국 지방 당국자들이 이 혼란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정책 전환에 따른 혼란이 있지만 경제 회복을 위한 잘 조율된 조치라고 묘사한다. 코로나 위험성 경고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오미크론 변이는 독성이 약하다는 당국자들 주장으로 대체됐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주 장문의 기사에서 봉쇄 완화를 늦춰 사망자 발생을 줄인 시주석의 팬데믹 정책이 “전적으로 옳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충칭 등 중국 각지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지방 당국이 압도돼, 지침이 중구난방이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드물게 정치적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3년 내내 코로나 봉쇄 정책을 직접 관장해온 시주석이 갑작스럽게 지시를 중단하면서 혼란에 빠진 중국인들이 각종 즉흥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중국 대부분 도시는 한산했지만 병원 앞에는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서 있는 모습이었다. 3년 전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우한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닮았다.
충칭의 심리 치료사 탄강챵은 “너무 혼란스럽다. 3분의 1이 양성으로 나타난다. 오래동안 정부 통제를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풀리면서 당혹해한다. 정부가 다시 통제를 강화하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란이 극대화된 것은 시주석에게 책임이 있다. 상명하복식 강력한 대응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힘을 과시했던 시주석의 정책은 2년여 동안 중국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봉쇄정책이 길어지고 의료진과 당국자들의 탈진, 지방 재정 압박이 가중되는 와중에 질서 있는 정책 전환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정책 전환이 불가피했다. 이는 앞으로 시주석의 통치방식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전망이다.
지난달 하순 중국 전역에서 봉쇄정책에 항의하는 소요가 이어지면서 정책 전환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대두했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 정책의 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신화통신은 지난달 28일 제로 코로나 정책이 “승리의 비책”이라고 강조했고 코로나 정책 책임자 순춘란 부총리도 당국자들에게 “계속 정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던 순 부총리가 이틀 뒤인 30일 보건 전문가 및 당국자 회의에서 입장을 바꿨다. “팬데믹 투쟁이 새 단계에 진입했다”며 “제로 코로나”라는 단어는 전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이 정책을 전환할 것임을 처음 시사했다.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 전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한계에 달했음이 드러났다. 전국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감염자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달 7일 5496명이던 감염자수가 27일 4만 명으로 늘어났다.
경제도 타격을 받았다. 봉쇄됐든 검역을 피하기 위해서든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소비가 급감했다. 11월 소비자 매출이 1년 전보다 6% 줄었고 주택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시주석은 어렵게 코로나 확산을 억제함으로써 중국 경제와 중국인들의 생명을 지켜낸 것을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도한 봉쇄에 공산당이 가장 우려하는 노동자들의 반발이 속출했다. 정저우 아이폰 공장 노동자 수천 명이 경찰과 충돌했고 하이주에서는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봉쇄로 인한 식량 부족 등에 항의하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하루벌이 이주노동자들은 몇 주씩 일거리가 없이 지내야 했다.
상황이 악화하는데도 당국자들은 팬데믹 전쟁 승리만을 강조했다. 지방 당국자들이 11월 내내 시주석의 지침이라며 “제로 코로나”를 달성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신화통신은 19일자 사설에서 “팬데믹 통제가 완화되면 대규모 감염이 발생해 경제사회 발전과 공중보건 및 안전을 크게 해칠 것”이라고 썼다.
지방 당국자들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한 것은 상하이 사태가 본보기가 됐기 때문이다. 상하이 당국자들은 초기에 전면적인 봉쇄가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을 우려해 소규모 봉쇄조치를 취했으나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급증하자 중앙정부가 전면적인 도시 전체 봉쇄를 요구했고 봉쇄가 2달 동안 이어졌다.
순춘란 부총리가 지난달 27일 충칭을 방문해 “코로나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다”고 선언한 때를 즈음해 중국 전역에서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가장 큰 시위가 벌어졌다. 학생, 노동자, 일반 주민들이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봉쇄정책 때문에 신장에서 아파트 화재로 주민들이 사망한 것을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난 시주석은 봉쇄에 지친 젊은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범죄세력들이 가담해 혼란을 부추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시주석이 미셸 위원장을 만난 지 6일 뒤 새로운 10개 지침을 발표해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 중국 지도부가 봉쇄정책을 지속하면 코로나 확산은 막지 못하면서 시위만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후 며칠 동안 당국자들이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백신접종을 장려하고 노인들과 취약자들을 보호하고 감염자 수용소를 설치하는 등이었다. 보건전문가 왕귀챵이 기자회견에서 “신종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이 약하고 감염자 대부분이 경미한 증상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인들 다수가 코로나에 걸렸거나 아니면 걸릴 것을 걱정해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불만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코로나 감염이 늘면서 경제회복도 늦어질 전망이다.
충칭의 경우 최근 지은 검역소에서 의료진들이 철수했다. 한 의사가 소셜 미디어에 코로나 환자로 “1차 진료소가 넘쳐 난다”면서 호흡기 부문 의사와 간호사 절반 이상이 감염됐다고 썼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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