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누적 사망자 253명, 작년보다 줄었지만 추락·끼임 등 비중 높아
시행 1년도 안 된 중대재해법 개정 움직임, 처벌보다 자율예방 강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미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지난 2년간 폭등한 집값에 대한 고점인식 등으로 불과 1년 사이 건설부동산시장은 작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올해 건설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했던 10대 이슈들을 선정해 되짚어보며 한 해를 결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
지난 1월, 작업 도중 발생하는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본격적으로 발효됐다.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산업재해 중 통상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계가 해당 법안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고, 실제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관련 키워드로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린 것 역시 건설업계였다. 하필이면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에 터진 HDC현대산업개발 시공현장의 사고로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점도 건설업계를 둘러싼 비판적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법상 안전보건 의무 주체는 대표이사로 사업 총괄 권한이나 책임을 지닌 이다.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담당 이사)도 경영책임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안전담당 이사는 대표이사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총괄하고 권한과 책임을 지니는 최종 결정권자다.
이에 올해 건설사들은 대표이사 외에 안전책임 담당 임원을 앞다투어 새로 선임하는 등 사고 방지와 책임경영을 위한 포석깔기에 나섰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건설현장 안전방안을 모색하는 건설사들도 있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근절되지는 못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건설현장 사망자 수는 253명으로, 지난 2021년 말 417명보다는 사망자 수가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50억원 미만의 소형 사업장일수록 사망사고 발생 비중이 높았고, 안전띠 사용 등의 조치만 있었다면 방지할 수 있었을 추락사고가 전체의 절반 이상(58.1%)을 차지하는 등 아쉬운 부분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기업 성향을 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에는 충분한 안전장치 및 표준이 마련됐을 경우 산재가 발생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계 및 재계는 중대재해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건설산업연구원은 ‘차기 정부의 건설·주택 정책’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통해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유현 남양건설 전무는 “아무리 고강도 안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사실은 건설업은 구조적으로 사고 제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근로자 부주의 등 사고 발생 원인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 벌금, 손해배상과 같은 과도한 입법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제도 보완을 요청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금도 중소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답답해하며 언제든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처벌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누구 하나 법을 완벽히 지킬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현실에서 중소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경제5단체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중대재해법 완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국토교통부 |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어떤 공사 현장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국 몇백 군데에서 공사하는 법인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규모가 크면 클수록 걸릴 수밖에 없어 안전 부문 CEO(CSO·최고안전책임자)를 따로 세우는 등의 편법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치소 대비용 대표를 세우는 기형적 형태를 낳는 게 이 법의 취지는 아니다"라며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앞서서 말할 수는 없지만 사업장 단위, 공사 현장 단위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중대재해법을 개선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막 시행을 알린 법안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논평을 통해 "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기업들은 여전히 오직 자신들의 책임 면제만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이 기업의 대리인을 자처하고, 당정협의는 기업 민원을 논의하는 협의가 되니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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