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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승리는 식은죽 먹기' 착각속 실패 거듭한 러시아의 침공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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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앞에 있는 차량만 따라가다 보면 18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도착할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투입된 한 러시아 군인이 받은 작전 명령 내용이다.

개전 초기만 해도 곧 키이우를 점령하고 전쟁을 끝낼 것같이 기세등등하던 러시아군이 이렇게 밀리는 건 무슨 까닭일까.

뉴욕타임스(NYT)는 단독 입수한 러시아군의 작전 계획서, 포로 일기와 인터뷰 등을 통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개전 초 자신하던 승리를 얻지 못한 채 10개월가량 실패를 반복해온 이유를 1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판단 착오를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러시아군의 작전 계획서를 보면 러시아군은 애초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적의 방공 시설 등에 대한 기본적인 첩보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덤벼들다 침공 초기부터 터무니없는 작전 실패에 허덕여야 했다.

단적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전에 방공 시설을 통제센터와 함께 대거 이전해 놨는데, 러시아의 침공 초 크루즈 미사일 폭격은 예전 부지에 대해 이뤄져 60%가량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벗어났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조종사는 "어떻게 그들이 기회를 놓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할 정도다.

심지어 침공 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은 진군 방향도 제대로 하달받지 못한 채 진격하다 반격을 받게 되자 보급품 부족 등으로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그러자 러시아 병사들은 공포에 질렸고,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의 무기를 스스로 고장 내는 사보타주 양상까지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전차 수리소 간부에 따르면 전쟁 초기 노획한 30대의 러시아 전차 연료탱크에서 모래가 발견됐다.

전쟁 중 러시아 병사들은 감청이 될 수 있는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는 등 기본적인 행동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전황이 악화하자 러시아는 징집에 나서는 등 보완책을 추진했으나 신병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보충병들의 가방에서는 인터넷에서 출력한 총기 사용법 프린트물이 발견됐을 정도다.

여기에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 체첸 특수 부대 등이 제각각 작전을 벌이면서 부대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통합 지휘부 없이 싸우는 양상도 빚어졌다.

침공 전에 군내 동향을 전해 듣고 전쟁 위험성을 경고한 적이 있는 러시아의 예비역 장군인 레오니드 이바쇼프는 NYT와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군 간부들이 '승리는 식은 죽 먹기'라고 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난 10개월은 우려보다 더 비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역사에서 이처럼 바보스러운 결정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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