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내년 대부분의 산업들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유·석유화학업의 기상도는 그나마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는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적정수준의 정제마진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고, 석유화학산업은 경기 둔화 여파로 회복세가 더디겠지만 2차전지 산업은 호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정유업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정유사들은 기존 석유화학사들이 하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지으며 정제업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ESG 강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재활용 사업을 확대해 ESG경영 실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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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은 9조원 규모의 울산 '스팀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을 구축해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키울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창사 이후 최대 투자금인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지난 11일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준공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인 HPC 공장을 세우며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에 나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정제사업에서 벗어나 사업 비중을 다양화하는데 큰 목적을 뒀다"며 "탄소배출 감소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앞으로 닥칠 환경을 대비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정유업은 국제유가 안정으로 올해보다는 정제마진이 다소 줄겠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정제마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체 에너지원 수요 확대로 내년에도 견조한 원유 수요가 예상되고 있어 양호한 업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석유화학업계는 2차 전지 사업 분야를 제외하곤 내년에도 전반적으로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석유화학기업들은 석유제품 부분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으나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호조를 보이며 손실부문을 만회했다. 예컨대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각각 배터리 소재와 태양광 모듈 판매 호조로 호실적을 거뒀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 중심에서 고부가 제품 및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구조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친환경 신사업을 주도할 '수소에너지사업단'과 '전지소재사업단'을 신설했고 올 하반기에는 국내 2위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2차 전지 소재사업 부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석유화학업계 전반적으로 내년 원자재 가격 부담은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관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낮아졌더라도 환율 상승으로 제조원가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업은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데다 내년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4달러로 호황을 지속할 것"이라며 "석유화학은 수요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설비증설에 따른 공급압박으로 내년 전망이 밝지 않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설비 가동률 조정으로 시황 반등이 이뤄져 내년 쯤 회복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요 위축으로 제조업체들의 원가부담, 재고소진 위험이 남아 있어 기업들의 경영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az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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