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반사·전자파 등 근거 없는 괴담
태양광 정치화로 기후대응 퇴보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지난 7, 8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세계 대도시들의 적극적인 탄소감축 성과(30~60%가량)를 확인했다. '탄소빌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의 현실(고작 3~8% 감축)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서울과 세계 대도시들의 차이점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영국 중부 도시 노팅엄에 있는 친환경 주택 위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에너지스프롱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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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지붕 위엔 커다란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고(영국 노팅엄), 도심 번화가에서 2~3㎞ 거리에 육·해상 풍력발전기가 바쁘게 돌아간다(덴마크 코펜하겐).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해외 도시의 탄소감축 노력을 취재하며 본 광경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처럼 도시 내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 5월 2025년까지 공공건물에, 2029년까지 신축 주거용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라는 정책을 내놓을 정도다.
반면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까지 '정치 이념화'되어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태양광 등 발전시설이 환경과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까지 떠돌며 '재생에너지 혐오'를 부추긴다. 논란에 대해 검증해봤다.
①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해롭다?
태양광 모듈에는 직류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인버터에서 주로 전자파가 발생하는데 이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2019년 국립전파연구원은 생활제품과 유아동시설·다중이용시설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에는 가정용 태양광 시설(3kW)도 있었는데, 측정결과 정부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833mG)의 최대 2.8%에 그쳤다.
시설의 규모가 커지면 전자파 강도가 세지지 않을까. 2013년 국립전파연구원이 세종시의 자전거 도로에 설치된 태양광시설의 전자파를 측정한 적이 있다. 하루 12MWh, 약 1,200가구가 사용 가능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전자파로 자전거의 무선속도계가 오작동한다는 민원에 따른 실험이었다.
측정 결과 자기장 강도는 최대 0.007μT로 인체 보호 기준 대비 0.11%, 전기장 세기는 최대 0.17V/m로 기준 대비 0.2%로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었다.
지난달 7일 경기 수원시 수원동부버스공영차고지에 태양광발전 설비와 전기버스 충전소가 설치돼 있다. 수원=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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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로 눈부심 피해가 심하다?
태양광 모듈을 주거지 인근에 설치하면 빛 반사로 피해가 심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서울 수서역 북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소 계획이 무산되는 과정에서도 ‘눈부심 현상으로 인근 도로 차량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일반 유리보다도 낮다. 2011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5.1%로 유리·플라스틱(8~10%), 붉은 벽돌(10~20%), 밝은 목재(25~30%)보다 낮았다.
빛 반사율이 낮은 이유는 태양광 모듈에는 빛이 잘 흡수되는 특수 유리를 사용하고, 빛 반사를 방지하는 코팅을 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많이 흡수할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지는 태양광 특성상 반사율이 낮아야 해서다.
③ 태양광 모듈은 중금속 덩어리다?
사용연한이 다한 태양광 폐패널에서 중금속이 나와 토양이 오염된다는 주장도 자주 볼 수 있는 '태양광 괴담' 중 하나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8년 태양광 폐패널 4종을 대상으로 7가지 중금속(구리, 납, 비소, 수은, 카드뮴, 크롬, 6가 크롬)에 대한 용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7가지 모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상 지정폐기물 기준 미만으로 검출됐다. 특히 6가 크롬, 수은, 구리는 검출되지 않았다.
④ 풍력발전기의 소음·진동은 인체에 유해하다?
풍력발전은 터빈이 회전하기 때문에 소리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몇백m 정도만 떨어져도 크게 영향이 없을 정도 수준이다.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공보건부 및 환경보호부의 연구에 따르면 풍력발전기 소음을 400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결과 40dB이었다.
이는 한국의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상 주거지역의 사업장 및 공장 생활소음 규제기준인 주간 55dB, 야간 45dB 이하를 준수한다. 2016년 한국소음진동공학회의 연구에서도 풍력발전기의 소음은 2㎞를 벗어나면 38dB 이하로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다. 이는 ‘바람 소리 및 주위 소음에 묻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7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수변공원에 모인 피서객들 너머로 미들그룬덴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 코펜하겐=이수연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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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100Hz 이하의 저주파 소음에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저주파음에 대해서는 아직 인체 관련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건물이나 창문에 공명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20Hz 이하 초저주파의 경우 사람에게 들리진 않아도 진동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2016년 '풍력발전기를 주거지역에서 최소 1.5㎞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권고기준을 내놨다. 지난 6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남 영광군 주민 163명의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고 운영사의 피해배상을 결정했다. 이 경우 운영사가 환경부 권고기준을 무시하고 마을에서 300~500m 떨어진 곳에 발전기를 설치한 것이 문제가 됐다.
◆탄소빌런, 서울
①서울만 뒤처졌다
②태양광 좌초시키기
③건물을 잡아라
④온돌과 히트펌프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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