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 CEO 연임 대신 교체
일정도 예년보다 1~2개월 앞당겨
기존 계열사 CEO 임기 조정할까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 거취도 관심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 / 사진제공=하나금융 |
[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단행한 첫 정기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폭 물갈이했다. 일정도 예년보다 1~2개월가량 앞당겼다. 특히 하나은행 수장 자리에 하나·외환은행 합병 후 처음으로 외환은행 출신을 낙점하며 ‘통합’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14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하나은행 대표이사 은행장 후보로 이승열 현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추천했다. 하나증권과 하나카드 신임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는 각각 강성묵 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이호성 현 하나은행 부행장이 선발됐다.
그룹임추위는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안정적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년 1~2월에 이뤄진 그룹임추위의 계열사 차기 CEO 후보 선정이 이번에는 조기에 진행됐다. 이에 하나금융 관계자는 “내년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CEO들의 후임을 빨리 선임해 조기 대응·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열 하나은행 대표이사 은행장 후보. / 사진제공=하나금융 |
이승열 후보는 ‘첫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 타이틀을 달 전망이다. 그는 1963년생으로 경북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취득했다. 이후 외환은행에 입행해 신탁부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IR 팀장, 재무기획부 팀장, 전략기획부 부장 등도 역임하며 ‘재무통’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 2012년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과정에서 IR팀장으로 피인수 관련 실무를 담당하며 물리적·화학적 결합에 굵직한 역할을 맡았다. 2015년 조기 통합을 추진할 때도 노사 협상단에 포함돼 행원 의견 수렴과 조율을 했다.
통합 직후에는 재무·전략 등 은행 전반을 아우르는 경영기획부장에 선임되며 함 회장과 손발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하나은행장 자리를 두고 박성호 현 행장과 접전을 벌였을 정도로 그룹 내 무게감이 있다.
이 후보는 하나금융 및 하나은행 CFO(재무총괄), 하나은행 비상임이사, 하나금융 그룹인사총괄 등을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현재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나은행장 인사를 두고 함 회장이 실질적 ‘통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교차 발령으로 직원들이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했다. 외환은행 출신인 이 후보를 하나은행장에 추천한 배경에 이러한 부분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승열 후보가 하나은행장에 선임되면 첫 외환은행 출신의 하나은행장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특히 함영주 회장이 통합은행의 초대 행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화학적 통합의 노력이 마침표를 찍게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후보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잇따라 주요 요직을 꿰차면서 핵심 경제 인맥을 구축하는 중이다. 최근 농협금융 회장으로 낙점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포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윤희성 수출입은행장 등이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이 쏠린다. 박 행장은 연임 없이 2년의 임기를 마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박 행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함 회장을 포함해 그간 하나은행장을 지낸 인물들은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또, 당초 3명이었던 그룹 부회장 자리에는 현재 이은형 부회장 1명만 남아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후보. / 사진제공=하나금융 |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 후보는 1964년생으로,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하나은행에서 영업지원그룹, 경영지원그룹, 중앙영업그룹의 그룹장을 담당하며 리테일 및 기업영업 부문과 경영관리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또, 하나UBS자산운용에서 리테일 부문 총괄 부사장을 거쳐 현재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은형 현 하나증권 사장은 그룹 글로벌 부문 부회장직 수행에만 전념한다.
그룹임추위는 강성묵 후보를 두고 “불안정한 금융 시장 상황 속에서 IB에 편중돼 있는 하나증권의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자산관리(WM)를 중심으로 손님 기반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리테일과 기업금융, 그리고 자산운용업 경험과 소탈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그룹사와의 협업을 통해 하나증권의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낼 인물”이라고 봤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후보. / 사진제공=하나금융 |
강 후보와 동갑인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후보는 하나은행의 영남영업그룹, 중앙영업그룹을 거쳤다. 현재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룹 임추위는 “이호성 후보는 풍부한 영업 현장 경험과 그룹 내외부의 네트워크 및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카드의 손님 기반을 대폭 확대해 영업 중심의 조직 문화 변화에 기여함으로써 하나카드가 그룹 내 비은행 부문 주력 회사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하나금융의 각 주요 관계회사 CEO 후보들은 추후 개최되는 각 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거쳐 선임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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