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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프리미엄' 가입화면. /유튜브 홈페이지 캡처 |
최근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료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 사이에서 ‘한국은 봉’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월 1만450원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같은 조건으로 튀르키예의 구독료는 29.99리라(약 2104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해 튀르키예 계정으로 가입하는 이른바 ‘튀르키예 유튜브 이민’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 유튜브 이민’이 유행하기도 했다. 값비싼 한국을 대신해 사용료가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아르헨티나에서 결제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구글이 아르헨티나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를 최대 4배 인상하면서 튀르키예가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가족 4~5명과 함께 유튜브 프리미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가족요금제가 없다는 점도 유튜브 이민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1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이 개인 기준 월 119페소(약 898원)에서 389페소(약 2936원)로 3.2배 인상됐다. 1개의 계정으로 최대 5명이 사용할 수 있는 가족요금제의 경우 179페소(약 1350원)에서 699페소(약 5277원)로 4배 가까이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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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인상 /아르헨티나 공지 캡처 |
◇ ‘인도→아르헨티나→튀르키예’ 비싼 韓 구독료에 떠난다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가격과 요금제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한달 구독료는 안드로이드 기준 부가세 포함 1만450원이다. 애플 아이폰에서 결제하면 1만4000원이다.
동일한 요금제를 아르헨티나에서 가하면 389페소(약 2936원)밖에 되지 않는다. 튀르키예는 29.99리라(약 2104원)다. 한국보다 최대 5분의 1 정도 저렴하다. 이것도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가 가격을 최대 3.2배 인상한 수준이다.
유튜브 이민의 시작은 인도였다. 인도에서 월 129루피(약 2040원)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가입할 수 있자, 국내 유튜브 사용자들이 VPN으로 IP를 변경해 인도 계정으로 우회 결제를 하기 시작했다. 인도의 경우 가족멤버십으로 구입할 경우 189루피(약 3000원)에 최대 6명까지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1만450원에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이 인도에선 가족 1인당 5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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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프리미엄을 우회해서 튀르키예 계정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블로그 글 /네이버 검색화면 캡처 |
사실 VPN 우회 결제 방식은 유튜브 유료 서비스 이용 약관에 어긋나는 행위로 적발되면 유튜브 계정이 정지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VPN 우회 결제 방식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VPN 우회 정기결제가 막히면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고 아르헨티나가 급부상했다. 그런데 최근 아르헨티나가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가 최대 4배 가까이 인상되면서 우회 결제에 대한 이점이 줄었다.
튀르키예가 새로운 대안이 됐다. 튀르키예의 유튜브 프리미엄 한달 구독료는 원래 16.99리라(약 1311원)였는데 최근 29.99리라(약 2104원)로 인상됐다. 가족요금제도 29.99리라(약 2104원)에서 59.99리라(약 4280원)로 비싸졌다. 하지만 인상된 가격마저 한국(1만450원)에 비해서는 4분의 1 이상 저렴하다.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튀르키예 유튜브 이민’, ‘튀르키예 유튜브 망명’ 등의 제목으로 VPN을 사용해 우회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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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 사무실 앞 회사 로고. /연합뉴스 |
◇ ‘한국은 봉’ 가족요금제도 없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통신소비자위원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유튜브가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라며 “소비자들은 가족 프리미엄 요금제 출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가족 프리미엄 요금제 출시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독료 차별뿐만 아니라 가족요금제에 대한 불만도 제기한 것이다. 가족멤버십은 1명이 가입하면 5~6명의 가족이 무료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개인 요금제보다 다소 비싸지만 1명이 1개의 계정씩 결제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이 국내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만450원의 4명 몫인 4만18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선 59.99리라(약 4280원)만 내면 4인 가족이 사용할 수 있다. 가족멤버십을 기준으로 미국(22.99달러), 영국(19.99파운드), 네덜란드(22.99달러), 일본(2280엔)에 비해서도 한국이 비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교해도 차별은 뚜렷하다”라며 “가족 프리미엄 요금제는 오랜 기간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유튜브는 한국 소비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국가별 물가나 소득 수준, 세금 등 현지 상황에 따라 각 국가의 가격 정책을 다르게 결정하고 있다”라며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서비스의 경우, (국가별 가격 차이)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가족요금제도 국가별 상황에서 따라 출시 여부가 결정, 업데이트되고 있다”라며 “다만, 한국의 출시 여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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