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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 파업은, 도로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절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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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무기한 단식’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화물연대를 주적 취급…자본의 이해 너무 따라

논의 원점은 추가 논의 약속한 6월14일 되어야”


한겨레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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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안전운임제 연장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이틀째인 13일 오전 서울 하늘은 미세먼지 ‘매우 나쁨’ 경보를 상기하듯 뿌옜다. 나흘 전 공공운수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조합원 총투표로 16일에 걸친 파업을 별다른 성과 없이 접은 뒤 맞닥뜨린 미래보다 더 흐려 보였다.

이날 여의도 화물연대 농성장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전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화물운송 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우선 논의한 뒤에야 안전운임제 지속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새해부터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대형 화주들은 운송비 덤핑에 들어갈 테고, 운송사들은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며 “사업장마다 다시 투쟁이 강렬하게 나타나면 결국 원망은 국가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안전운임제도 자체가 없어지게 생겼다.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고 국회에 품목 확대를 위한 논의기구를 만들라고 촉구하는 단식이다. 파업 복귀 이후에도 정부는 조합원들을 고소·고발하는 등 탄압하고 있다. 그런 것에 항의하는 의미도 있다.”

—이번 2차 파업에 정부 태도가 매우 강경했다. 결국 안전운임제 연장이나 품목 확대 약속을 받아내지 못하고 파업을 접게 돼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정부 탄압은 애초 우리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 부처와 여당까지 하나가 돼 탄압했다. 화물연대를 마치 이 세상에서 없애야 할 주적으로 취급했다. 정부가 자본의 이해를 너무 따랐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더 이상 이렇게 싸우는 게 유의미하냐는 고민이 들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번 2차 파업 투쟁은 실패했다고 판단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은 잘 싸웠다. 국민한테 국가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 알게 했다고 본다. 안전운임제에 대해서도 많이 알렸다. 대부분 언론은 동조하지 않았지만 화물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지에 있다는 걸 많이 알렸다. 하지만 요구안을 제대로 따내지 못한 건 실패라면 실패다. 조합원들은 잘 싸웠고 지도부는 어찌 보면 실패했다.”

이 위원장은 화물연대가 정부의 강경 대응을 예상하지 못하는 등 파업 전략을 잘못 짠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에 밀려서 화물연대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투쟁이었다”며 “어느 누가 좋아서 투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6월 5차례에 걸친 교섭 뒤 정부가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를 논의키로 약속해 1차 파업을 접었는데, 그 뒤 정부와 국회가 관련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일몰이 코앞으로 다가온 탓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화물연대를 노동조합법의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겠단 생각도 든다.

“6월 총파업을 접은 뒤 두 달도 되지 않아 안전운임제에 반대하는 이관섭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이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으로 들어갔다. 정해진 수순이다. 정부는 논의한다는 약속을 계속 어겼다. 그리고 업무개시 명령까지 하며 우리한테 복귀하라고 했다. 결국 치욕의 복귀를 했는데 그 뒤 또 말을 바꾸고 있다. 우리가 복귀 찬반투표에 들어가자 ‘정부는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했다. 원점은 추가 논의를 약속한 6월14일이 돼야 한다. 합의문 내용은 아직 살아 있다.”

—이번 파업 과정에서 원희룡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물 차주 가운데 몇 억짜리 차를 몇 대씩 가진 이들도 있다며 ‘귀족노조’론을 폈다.

“그렇게 비싼 차량을 몇 대 가진 사람이 있다면 운송사 차리는 게 맞다. 화물연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1인 1차주를 지향했다. 조합원들은 두 대 이상 가진 이들을 자본가로 보고 용납하지 않는다. 예전에 차를 살 때 세 명이 서로 연대보증을 서고 그 중 한 명이 할부료를 내지 못해 다른 이가 인수하는 경우는 있었다. 할부 끝날 때까지 다른 기사 태워 겨우 끌고 가는 경우는 있지만 극소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도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파업기간 중 발생한 불법행위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강공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 대해 “갑갑하다”면서도 “우리 조합원만 단결하면 지금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고 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이 성과 없이 끝나 조합원이 이탈하거나 조직이 흔들리진 않는가?

“조합원들이 잘 버티고 있다. 지금 일부 정유사에서 화물연대 탈퇴를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함부로 화물연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세상에 싸우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6월 파업 뒤 가장 아쉬운 대목이 있다면?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고,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었다. 여야 간 정쟁이 이어지며 진짜 국민들한테 필요한 법안들은 다 밀렸다. 정부는 대형 화주사에 끌려가고, 여당은 정부에 끌려가고, 민주당은 들이댈 용기가 없었던 듯하다. 너무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늘 법을 바꾸는 투쟁이었다. 법을 바꾸지 않으면 화물 노동자들의 삶이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투쟁은 정치가 꼭 개입될 수밖에 없는 투쟁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단식 투쟁을 계기로 우선 정부에 안전운임제 지속을 관철해내는 동시에 다시 조직을 재정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향해 안전운임제를 지속하라고 요구하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뒤에도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새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화물연대 파업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에 대해 이 위원장은 시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2차 파업은 정부가 한 약속을 지키라는 투쟁이자 도로 위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사회안전망에 넣어달라는 화물 노동자들의 절규였다. 한 달에 300시간 넘게 운전하는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안정된 소득을 얻어야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번 투쟁으로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투쟁이었음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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