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엄중히 듣고 재판 반영할 것"
1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 박정제 박사랑 부장판사)는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동료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주환 씨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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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딸아이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바라만 보고 지켜주지 못한 제가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숨 쉬고 있는 자신이 너무도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법정에 서서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딸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지 석달 째 되는 날 아버지는 '피해자의 유족'이 돼 법정에 섰다. '증인'이 된 그는 아직도 딸의 죽음이 믿기지 않은 듯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복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법이 허용하는 가장 엄한 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흐느끼는 그의 목소리에 방청석 곳곳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박정제·박사랑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10시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동료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주환 씨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전 씨는 녹색 수의 차림에 흰 마스크를 쓴 채 무표정으로 법정에 입정했다. 전 씨는 1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 내내 한 번도 방청석을 쳐다보지 않고 재판부만 응시했다.
피해자 아버지 A씨도 법정을 찾아 '양형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전 씨의 형벌의 경중을 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그는 "딸이 태어난 날 복 받았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 절망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만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며 "(지금은) 살아도 의미 없는 삶"이라고 울먹였다.
이어 "(전주환은) 딸을 2년간 스토킹하고 경찰에 고소하자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며 "고소했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르면 누가 고소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주환이) 형기를 마치고 돌아와 가정을 해칠까 무섭다"며 피해자가 생전에 스토킹 관련 전주환의 엄벌을 탄원하며 적은 내용을 소개했다. 탄원서에는 '스토킹을 당한 후 온 감정이 이 사건에 집중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 가지 희망은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A씨가 "딸아이가 재판을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엄벌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언급하자 재판부는 "증인이 피해자 가족들의 삶마저 파괴됐다고 진술하고 있다. 증인의 이야기를 엄중하게 듣고 재판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A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법정에 출석한 전 씨를 퇴정시킨 후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증언 요지를 설명하고 전 씨의 입장을 물었다. 전 씨는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전 씨는 지난 9월 14일 오후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의 입사 동기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전 씨는 1차 공판 때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며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전 씨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0일 오전 3시다. 이날 공판에서는 전 씨의 보복살인 혐의에 대한 변론이 종결되고 전 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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