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딸 방치해 사망, 3년간 김치통 보관했다…비정한 친모

지난 6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15개월 된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김치통 등에 보관하며 3년 간 범행을 은폐해온 친모 서모(34)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5개월 딸을 방임 속에 사망하게 하고, 시신을 3년 가까이 김치통에 보관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친모에게 결국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13일 친모 서모(34)씨에게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 위반, 사체은닉 등의 혐의를, 친부이자 서씨의 전 남편인 최모(29)씨에게 사체은닉 등의 혐의를 각각 적용해 이날 오전 의정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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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일주일 전부터 열나고 구토했는데 방치”

서씨는 2020년 1월 초 경기 평택시의 자택에서 15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이후 시신을 약 3년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딸이 숨지기 약 일주일 전부터 열이 나고 구토를 하는 등 아팠지만, 병원 진료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와 함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최씨를 면회하기 위해 2019년 8월부터 딸 사망 전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돌 전후의 딸을 집에 둔 채 외출해 상습적으로 아동을 방임·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포천경찰서 전경.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당초 친모 서씨에 대한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을 놓고 경찰과 검찰의 의견을 엇갈렸다. 딸이 사망까지 이르게 된 것과 방임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한지를 두고 의견이 각각 갈렸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검찰에 이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서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죄도 적용했다. 그러나 이 혐의는 검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제외됐다. 수사가 개시된 시점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3년가량 지나 딸이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아팠는데도 치료를 하지 않은 사실과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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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전문의 자문 결과와 정황 증거 종합해 학대치사죄 적용

이에 서씨가 구속된 이후 보강 수사를 벌인 경찰은 딸이 숨지기 전 일주일 전부터 고열과 구토에 시달렸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던 점, “아픈 아이를 방치해 딸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벌받는 게 두려워 그랬다(숨겼다)”는 서씨의 진술, 의료인 자문 등을 근거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포천시청 전경. 사진 포천시

경찰 관계자는 “소아과 전문의에게 자문한 결과, 열이 나는 15개월 된 유아를 일주일가량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을 확보했다”며 “시간이 오래됐기 때문에 피의자 진술 외엔 입증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했고, 인과관계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과 정밀 분석에도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패로 인해 사인은 알 수 없다”고 경찰 측에 회신했다. 부검 결과 머리뼈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생김새 등으로 봤을 때 사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 남편 최씨는 교도소 출소 이후 딸의 시신을 김치통에 옮겨 서울 서대문구 소재 자신의 본가 빌라 옥상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딸 사망 이후 양육수당 등 300만원을 부정수급한 혐의(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도 적용됐다. 친모 서씨도 마찬가지로 양육수당 등 330만원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도 받는다. 이들의 범행은 포천시가 아동 실종 사실을 발견해 지난 10월 27일 경찰에 신고한 뒤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면서 한 달 반 만에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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