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구 북구을 당원협의회가 10일 오후 대구과학대 영송도서관에서 당원연수를 개최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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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내년도 예산안 협상으로 바쁜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영남 지역을 찾고 있다. 내년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당원투표 비율을 현행 70%에서 90%까지 확대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너도나도 당원 수가 많은 영남으로 향하는 것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서진정책을 펴며 전국정당을 표방했던 국민의힘이 도로 영남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4박5일의 부산 일정 중 당원협의회 16곳을 방문했다. 부산지역 청년, 언론, 대학생 등과의 간담회도 7차례 진행했다. 권성동, 김기현, 윤상현 의원은 지난 10일 대구 북구을 당원연수에 강연자로 나섰다. 지난 3일에는 권 의원, 김 의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경북 칠곡 당원연수 행사장에 모였다. 조경태 의원은 12일 당 지도부의 부산 현장 비대위에 참석한 데 이어 오는 13일 경북 안동·예천·문경 등을 방문한다.
당권주자들의 행선지가 영남 일색인 것은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늘리려는 논의가 활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부산 당원과의 만남에서 “스피드를 내서 3월경에는 전당대회를 치러야하지 않겠나 한다”며 “비대위원들과 밀도있게, 심도있게 논의해서 100만 책임당원 시대에 걸맞는 전당대회 제도 문제를 결정짓겠다”고 당원투표 비중 확대를 시사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작성한 ‘전당대회 선거인단 예측안’에 따르면 선거인단(당원) 32만8889명 중 영남권 당원은 51.3%(16만8628명)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수도권 32.3%(10만6269명), 충청권 10.3%(3만3822명), 강원권 3.4%(1만1107명), 호남권 2.0%(6633명), 제주권 0.7%(2430명) 순이다. 당원투표 비율이 90%로 늘어나면 영남권 당원투표 결과가 약 45%가 반영되는 셈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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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당권주자들의 관심도 영남지역 현안에 집중됐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지역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TK) 통합 신공항 추진에 한마디씩을 보탰다. TK 신공항은 건설 예정지인 군위군이 선결조건으로 대구시 편입을 내세우면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당권주자들은 “원내에서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징계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안철수 의원, 9월20일), “개별 의원이 반대하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 것”(윤상현 의원, 9월28일), “군위군 편입 문제는 정치적으로 잘 풀어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조경태 의원, 9월28일)며 반대하는 당내 의원을 압박했다. 결국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담은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최근 국민의힘 상황은 김종인 비대위 시절 전국정당을 목표로 서진정책을 폈던 모습과 딴판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전 위원장은 2020년 8월 광주 5·18 묘역을 찾아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15초 가량 무릎을 꿇어 사죄했다. 초선 의원들은 지난해 4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도로 영남당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당대표에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김기현, 윤상현, 조경태, 권성동, 나경원, 권영세, 원희룡···이들 중에서 총선 승리로 이끌 사람이 누가 있나, 고민이 있다”며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과거에도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대체로 영남권에서 당대표를 선택하다시피 했다”며 “그래도 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민 경선 비중을 높였는데 지금 논의(당원투표 확대)는 불나방이 죽을 줄 뻔히 알면서 불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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