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 스키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의 첫 정상 개장을 맞아 스키를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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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거리두기 해제로 여행·레저 시장 전반이 되살아난 가운데 겨울레저의 꽃으로 불리는 스키시즌도 본격 스타트를 끊었다. 수도권과 강원도 등에 위치한 전국 주요 스키장이 일제히 개장하며 적지 않은 스키어들이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리프트 탑승장에 길게 늘어선 인파를 바라보는 스키장의 속내는 마냥 밝지 않다. 개장을 늦추고 인공눈으로 슬로프를 채워야 할 만큼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데다, 스키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국 주요 스키장들이 슬로프 운영에 돌입했다. 지난 2일 평창 용평리조트와 휘닉스파크를 시작으로 홍천 비발디파크와 평창 알펜시아 등이 개장했고, 전날(10일)에는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가 개장했다. 근교 스키장으로 유명한 LG그룹 계열 곤지암리조트도 이날 문을 열었다.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첫 정상 개장인 만큼, 적지 않은 입장객이 방문하고 있다. 비발디파크는 개장 첫날 5000여명이 찾았고, 하이원도 개장일에 6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앞서 2021시즌(2020년11월~2021년3월)엔 정부의 '전국 겨울스포츠시설 운영중단' 행정명령으로 성수기에 스키장이 폐쇄되고, 2022시즌(2021년11월~2022년3월)에도 거리두기로 운영에 차질을 빚었던걸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전날 강원도의 한 스키장을 찾은 직장인 강모씨는 "예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며 "오랜만에 스키타는 기분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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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冬)장군도, 동(童)심도 사라진 스키장 "옛날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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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면 스키업황이 정상궤도를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레저업계의 진단이다. 국내 스키시장은 코로나 이전부터 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던 기저효과로 반짝 부활한 것처럼 보이지만, 개장 첫 주말 스키 입장객도 코로나 이전 평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니란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스키시장은 줄곧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스키인구는 10년 전인 2012시즌 686만명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효과로 스키 관심이 높아졌던 2018년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한 스키업계 관계자는 "스키장 이용부터 스키 관련 용품 판매 등이 모두 위축되고 있다"며 "스키장 주변 용품 렌털가게들도 폐업한 곳이 많다"고 했다.
신규 스키인구가 유입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저출산·고령화로 1020 이용객이 점차 줄어든 여파다. 2000년대 초반엔 초·중학생들이 단체로 겨울방학마다 스키캠프를 즐겼지만 최근엔 이런 단체활동이 확연히 줄었다. 유럽에서도 즐겨 찾을 만큼 스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일본도 이 같은 이유로 적지 않은 스키장이 문을 닫는 등 위기를 겪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레저활동이 다변화한 영향도 크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고 캠핑, 서핑, 테니스 같은 레저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스키인구가 이탈하는 것이다. 강원 지역 한 스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스키장에 방문하려면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측면이 있다"며 "마니아층이 아니라면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일본 해외여행 등과 비교해 스키 경쟁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평창=뉴시스] 김경목 기자 = 영하의 날씨로 떨어진 4일 오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평리조트에서 스키장 슬로프에 제설기를 이용해 인공 눈을 살포하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오는 25일에 스키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사진=㈜HJ매그놀리아용평호텔앤리조트 제공) 2022.11.04.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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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도 큰 부담요인이다. 12월에도 눈 내리지 않는 날씨가 지속되며 스키장 운영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 통상 11월 말에 개장하던 스키장들이 올해는 시기를 저울질하다 12월이 훌쩍 지나서야 문을 연 이유다. 한정된 기간만 운영하는 스키장 특성을 고려하면 매출 리스크가 커진다. 많은 전력 등을 들여야 하는 인공제설 비용까지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 대표 스키장이었던 포천 베어스타운이 영업을 잠정 중단했고, 용인 양지파인리조트도 스키 영업을 포기했다. 강원랜드의 경우 2012년 1분기 152억원에 달했던 스키 매출이 올해 1분기엔 89억원으로 감소했다. 동계시즌엔 호텔, 카지노도 스키와 연계해 재미를 봤던터라 실질적인 손실은 더욱 크다.
스키업계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콘텐츠 다각화 등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비발디파크 관계자는 "스키장은 고용이나 지역상권 활성화 측면에서도 비중이 크다"면서 "스키장 뿐 아니라 눈썰매 등을 탈 수 있는 스노우 테마파크를 오픈하는 등 스키어 뿐 아니라 가족단위 여행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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