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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방송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76% 하락한 배럴당 71.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최저치다. 최근 5거래일간 WTI는 연속 하락했는데, 이 기간 하락률은 지난 4월 초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3% 하락한 76.15달러로 70달러 선을 겨우 지키고 있다.
이날 유가는 전날 발표된 주간 원유 재고 자료에서 휘발유와 디젤 재고가 늘어났다는 소식에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와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 제한 등의 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나온 수요 부진 우려에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하지만 사우디 재정 상황이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에 이어 내년 흑자 달성을 위해 유가가 7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면 사우디가 추가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재정수지가 1020억리얄(약 35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날 밝혔다. 당초 전망했던 재정 흑자 규모인 900억리얄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이다. 사우디 정부의 올해 재정 총수입은 1조2340억리얄, 지출은 1조1320억리얄로 추산된다.
올 한 해 동안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가까이 치솟은 것이 흑자의 동력이 됐다. 사우디 재무부는 내년에도 당초 예상치의 2배 수준인 160억리얄의 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감안하면 현 유가가 바닥을 딛고 올라서야 하는 상황이다.
CNBC는 경제학자들은 사우디가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75~80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가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려면 올해 배럴당 73.3달러, 내년 66.8달러로 추산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도 평균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이라고 예상했을 때 사우디는 GDP의 0.7% 재정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사우디는 최근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 소요에 유가 하락 시 재정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유가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경제 계획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 4일 하루 200만배럴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OPEC+는 지난 10월 이 방침에 합의했었다. OPEC+는 "향후 원유 시장을 관찰하면서 수급 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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