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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범인이라며 젊은 사람 싹 잡아갔어"…피해자 20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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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986년부터 6년 동안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성들이 희생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관련해 큰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시 22살이던 청년 윤성여 씨는 범인으로 몰려서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데, 3년 전에 이춘재가 범행을 실토하면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윤 씨 말고도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20명 이상 있다며 국가에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당시 벌어진 불법행위를 생생히 기억하는 윤성여 씨를 박세원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1989년 7월 25일 밤 9시, 농기구 수리공이던 22살 청년 윤성여 씨에게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윤성여/'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피해자 : 저녁 딱 먹으려는데 한 숟가락 딱 뜨려는 찰나에 수갑이 딱 들어오더라고. 네가 범인이다. 네가 8차 범인이래 나보고.]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윤 씨는 사흘 넘게 온갖 고문을 받으며 자백을 강요당했습니다.

[윤성여/'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피해자 : 의자에 묶고 수갑 차고 있으니까 움직이지 못하는 거야 사람이. 거꾸로 매달아 놔요. 그 거꾸로 매달리면 그건 사람이 피가 거꾸로 통해 그래가지고 그거 사람이 아주 죽어 죽어. 내가 살아 있는 건지 죽어 있는 건지. 아예 죽으면 그냥 속 편할 거 같아.]

살기 위해 허위 자백을 해야 했던 윤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습니다.

그리고 또 10년이 지나 이춘재가 진범으로 밝혀지면서 재작년 12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윤 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무고한 청년들이 공권력의 불법 행위에 희생되던 장면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윤성여/'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피해자 : 전과고 뭐고 있으면 무조건 싹 잡아갔어요. 화성 일대에서 아마 젊은 사람은 안 간 사람 없을 거야. (끌려간 사람 중에) 열차에 뛰어들어서 죽은 사람도 있고 자기가 뭐 그냥 스스로 목매서 죽은 사람도 있고.]

윤 씨 등이 신청한 진실 규명 요구를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피해자가 20명이나 더 확인됐습니다.

위원회는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국가의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윤성여/'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피해자 : 자다가도 이게 나도 모르게 이 트라우마가 생겨. 지금도. 옛날에 그 고문,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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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세원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조사 진행 어떻게?

[박세원 기자 : 네, 이번 조사는 당시 가해자였던 경찰 관계자 43명의 진술과 과거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윤성여 씨 등 기존에 확인된 2명 말고도, 20명 정도의 피해자가 더 확인된 겁니다. 대부분은 단순히 범행 현장 인근에 거주하거나 배회했다는 식의 불확실한 제보로 용의자로 지목됐고요, 경찰에 끌려가 불법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습니다.]

Q. 국가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 실효성 있나?

[박세원 기자 : 뒤늦게 진실이 밝혀졌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이미 유명을 달리했고 또 공소시효가 만료돼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피해자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외엔 보상받을 방안도 마땅치 않습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박준영/변호사 : 과거사 사건의 피해 배상 보상이라는 건 굉장히 많은 재원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재원에 대한 확보 대책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정의롭게 이렇게 권고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사실 있어요.]

[박세원 기자 : 국가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의 사과와 명예회복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여서 강제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일지, 또 얼마나 실효성 있는 조치를 내놓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박세원 기자(on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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