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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백지시위’ 후 정부 차원 방역완화 발표…‘위드 코로나’로 전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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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원 10가지 방역완화 조치 발표

봉쇄 세밀화, 자가격리 허용, PCR 완화 등

전염병 등급 하향은 포함 안돼

경향신문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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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자가 격리를 허용하고 핵산(PCR) 검사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새로운 10가지 방역 지침을 내놨다. 고강도 방역조치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완화된 방역 지침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달 11일에 이어 잇따라 방역 완화 조치를 내놓으면서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정책 전환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코로나19의 전염병 관리 등급 하향 조정이나 국경 재개방을 위한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 단축 등의 조치는 이번 지침에 포함되지 않았다. 점진적 출구 전략을 택한 것이다.

중국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는 7일 ‘진일보된 코로나19 방역·통제 최적화에 관한 통지’를 통해 10개항의 방역 최적화 조치를 발표했다. 방역 당국은 이날 통지를 통해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코로나19 위험 지역 관리와 봉쇄 조치를 보다 세밀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감염자 발생에 따른 고위험 지역은 아파트의 동과 층, 가구 단위로만 지정하고 이를 임의로 확대하거나 임시 봉쇄 조치 등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봉쇄 지역에서 소방통로나 문을 봉쇄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했다. 또 5일 연속 추가 감염자가 없는 경우 즉시 봉쇄를 해제하고 고위험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이동을 제한하거나 생산·영업 활동을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과도한 봉쇄 조치로 인한 주민 불편과 생산 활동 제약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방역 당국은 앞으로 행정 구역 단위의 주민 전수 PCR 검사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PCR 검사 범위를 좁히고 빈도를 줄이면서 고위험 지역 거주자나 고위험 업종 종사자가 아니면 일상 생활에서는 더 이상 검사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양로원이나 의료·보육시설, 학교 등 특별한 장소를 제외하하고는 PCR 검사 음성증명서나 건강마(방역용 건강코드)를 검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같은 조치를 적용해 자유로운 지역 간 이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사실상 강제적인 PCR 검사 의무가 없어지고 최소한 국내에서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진 셈이다.

방역 당국은 감염자에 대해서도 자가 격리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감염자뿐 아니라 밀접 접촉자까지 집중 격리시설에 강제 수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자가 격리를 실시하고 원하는 경우에만 집중 격리 치료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감염자는 7일, 밀접 접촉자는 5일 간의 자가 격리를 원칙으로 한다. 방역 당국은 해열제와 항생제 등 의약품 구입에 대한 제약도 없애고 일선 학교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정상적인 등교수업을 실시하도록 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1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밀방역을 강조한 다음날 국무원이 이를 구체화한 방역 최적화 방침 20가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방역 완화 조치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지난달 24일에는 강력한 봉쇄가 이뤄진 신장 우루무치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희생됐다. 이후 지난달 말 베이징과 상하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과도한 방역 조치에 항의하는 대규모 ‘백지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자 정부가 열흘 정도만에 다시 방역 완화 조치를 내놨다. 이에 따라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 ‘위드 코로나’로 이행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크고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는 점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배경으로 풀이된다. 봉쇄 정책에 반발하는 전국 단위의 백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방역 완화를 통해 불씨를 끄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중국 해관총서의 7일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감소한 2960억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다. 수요 창출 등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위드 코로나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전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안정을 우선하되 안정 속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온자당두(穩字當頭), 온중구진(穩中求進)’ 기조를 내년에도 견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계속 시행하며 코로나19 예방·통제 조치를 최적화해 고품질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안정을 위해 방역 정책을 계속 조정·완화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19 대응 전문가팀을 이끄는 량완녠(梁萬年) 칭화대 교수는 이날 CCTV 인터뷰에서 언제 코로나 이전의 생활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그 시기에 접근했다”고 답했다.

다만 완전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낮은 독성과 치사율 등을 들어 코로나19에 대한 전염병 관리 등급을 낮추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날 발표에는 이 같은 조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5+3(5일 시설격리, 3일 자가격리)’으로 돼 있는 해외입국자 격리 규정도 그대로 유지된다. 아직 국경을 재개방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펑(米鋒)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외 입국자 방역 완화 여부에 대해 “입국자 관리 등 외부 유입에 대한 조치는 법률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속도를 내서 한층 더 최적화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 제고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국도 이날 방역 최적화 조치의 일환으로 고령자 백신 접종 가속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인들은 “방역의 출구가 열렸다”며 당국의 발표를 반겼다. 웨이보 등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는 10개 방역 완화 조치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온 관변 언론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웨이보에 글을 올려 “중국이 코로나19의 어두운 안개 속에서 벗어나는 결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며 “방역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방역 최적화 20개 조치보다 더 단호하고 광범위하며 미래 지향적인 조치”라며 “진실하고 실용적이며 국가의 강력한 능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지방정부는 내년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고향에서 지내라고 권고했다. 후난성 장자제 쌍즈현의 량가오우 서기는 “돈이 있든 없든 춘제는 집에서 보내야 한다”며 “외지에서 일한 출향인들이 춘제 때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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