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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MZ세대, 4년 뒤에는 더 강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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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좌절금지 ▲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 1-4로 패해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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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월드컵 여정이 막을 내렸다. 마지막 경기에서 비록 최강 전력의 브라질을 넘지 못 하고 아쉬운 완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태극전사들은 원정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특별한 업적을 남겼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선수들이 똘똘 뭉쳐 투혼을 발휘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장면은, 한국축구 역사에 가장 빛나는 명승부 중 하나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속에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으로 고무적인 부분은 20대 초중반 한국축구 'MZ세대'들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조규성, 이강인, 황인범, 김민재, 백승호, 황희찬 등 한국축구의 영건들은 대부분이 첫 월드컵 출전이었음에도 큰 대회의 압박감에 주눅들지 않고 패기와 도전정신을 발휘하여 세계의 강호들과 당당히 맞섰다. 이번 대회 한국이 기록한 5골 중 김영권의 포르투갈전 득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4골은 모두 20대 영건들이 기록했다.

조규성은 카타르월드컵이 낳은 새로운 히트 상품이다. 조규성은 대표팀에는 아시아 최종예선이 한창 치러지던 지난해 9월 레바논전부터 처음 출전 기회를 얻으며 비교적 늦게 합류하지만 불과 1년 사이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월드컵 무대까지 밟게 됐다. 올해 K리그에서는 국내 선수로서 득점왕을 차지하고 전북의 FA컵 우승까지 이끌었다.

조규성은 월드컵에서는 당초 유럽파 황의조를 뒷받침하는 백업 멤버로 예상됐다. 하지만 황의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교체출장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을 시작으로, 가나와의 2차전부터는 당당히 주전 원톱 자리를 꿰차며 포르투갈전-브라질과의 16강전까지 모조리 선발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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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골에 환호하는 조규성 ▲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한국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나와의 2차전은 조규성의 스타 탄생을 알린 인생 경기였다. 조규성은 한국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3분 사이에 헤딩으로만 내리 2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한국은 비록 가나의 역습을 당해내지 못 하고 2-3으로 분패했지만 조규성은 이날의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 국민과 세계축구에 각인시켰다. 한국 선수로서 월드컵에서 한 경기 멀티골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조규성은 대학교 때까지 수비수로 뛰다가 공격수로 전향한 사례로 우수한 체격조건과 제공권-활동량에 강점이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다. 이동국-김신욱 이후로 강력한 피지컬을 갖춘 타깃형 공격수가 부족했던 대표팀에 있어서는 가뭄의 단비같았던 등장이었다. 여기에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하여 일찍부터 K리그를 대표하는 미남 선수로 주목받았고 월드컵을 전후해서는 SNS 팔로워가 2~3만에서 300만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황인범은 '기성용의 후계자'라는 부담감을 극복해야 했다. 2010년대 이후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져온 기성용이 2019년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하면서 그 자리를 이어받아야했던 것이 황인범과 정우영, 이재성 등이었다. 특히 2선과 3선을 오가며 붙박이 주전으로 중용되었던 황인범은 기성용과 자주 비교되며 비판적인 누리꾼들의 표적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중원싸움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데는 황인범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황인범은 적극적인 전진패스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한국이 추구했던 능동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빌드업 축구의 선봉장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특히 가나전에서 머리가 찢어져서 출혈이 발생하는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주눅들지않고 심지어 플레이에 방해가 되자 응급조치했던 붕대까지 벗어던지고 경기에 집중했던 투혼은 축구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황인범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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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의 첫 월드컵 도전은 여기까지 ▲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1-4로 패한 대표팀 이강인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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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은 한때 '내놓은 자식' 취급받다가 '돌아온 황태자'로 화려하게 부활한 사례다. 이강인은 U-20 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출신의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세계 최고의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성인무대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성인 대표팀에서도 한동안 외면받으며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 하고 월드컵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카타르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예상을 깨고 이강인을 전격 발탁했다. 심지어 대회 내내 교체와 선발을 오가며 이강인을 요긴하게 중용했다. 이강인은 두 번째 경기였던 가나전에서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통한 공 탈취에 이어 택배 크로스로 한국의 대회 첫 골인 조규성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하며 자신의 첫 월드컵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강인은 이후로도 화려한 킬패스와 세트피스에서 예리한 킥력을 여러 차례 선보이며 대표팀 최고의 '조커'로 부상했다. 한국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강인이 투입된 이후에 경기 흐름이 바뀌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강인은 월드컵 무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며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서의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K-괴물' 김민재는 기량은 돋보였지만 부상이 아쉬웠던 사례다. 최근 유럽무대에서도 손꼽히는 센터백으로 성장한 김민재는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도 한국 수비진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다. 김민재가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한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한국은 상대 공격진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하며 유일하게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수아레스-카바니-발베르데 등 우루과이의 세계적인 공격진을 상대로 높이와 스피드에서 모두 전혀 밀리지 않았던 김민재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김민재는 우루과이전 종아리 부상의 여파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 했다. 가나전에서 고통을 무릅쓰고 출전했지만 팀은 패배했고, 포르투갈전에서는 결국 벤치를 지켜야 했다. 16강전에서 복귀했지만 제아무리 김민재라도 폭발적인 개인기와 공간침투능력을 갖춘 브라질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김민재가 건강하게 월드컵을 소화했더라면, 조별리그에서 에너지를 모두 쏟아주며 체력이 고갈된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회복 시간이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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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황희찬 ▲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1-4로 패한 축구대표팀의 황희찬이 경기 종료 후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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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메페' 황희찬은 대표팀의 20대 주축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였다. 당초 주전이 유력했던 황희찬은 불의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1, 2차전에서 모두 결장했다. 대표팀은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줄 2선 공격수의 부재로 공격력에서 아쉬운 장면을 연이어 노출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가장 중요했던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귀중한 '한 방'을 터뜨리며 그간의 아쉬움을 보란 듯 날려버렸다. 후반 교체투입된 황희찬은 특유의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포르투갈 문전을 위협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에는 역습 상황에서 환상적인 공간침투에 이어 손흥민의 킬패스를 연결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황희찬의 첫 월드컵 득점이자, 한국의 역전승을 이끈 16강 확정골이었다. 골이 터진 후 관중석으로 다가가 유니폼을 벗어지고 '브라톱'을 드러낸 황희찬의 세리머니는 이후 여러 누리꾼들에게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드디어 선발로 복귀한 황희찬은, 비록 팀은 완패했지만 그나마 활기 넘치는 플레이로 몇 차례 좋은 장면을 연출해내며 국산 황소의 자존심을 지켰다. 손흥민-김민재와 함께 한국축구의 몇 안 되는 빅리거이자 20대 중반에 벌써 두 번의 월드컵을 소화한 황희찬의 경험과 자신감은, 앞으로도 대표팀의 귀중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브라질전에 교체투입되어 귀중한 만회골을 기록한 백승호, 최종명단에는 포함되지 못 했지만 벤투호의 예비엔트리에 승선하여 월드컵 과정을 동행한 오현규도 이번 대회를 통하여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또한 카타르월드컵에 아쉽게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 중에서도 이승우, 엄원상, 원두재, 이동준, 이동경 등 충분히 차기월드컵을 노려볼 만한 재능있는 자원들이 넘쳐난다.

더 무서운 것은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생이 주축인 영건들이 대부분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4년 뒤인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이들은 많아도 갓 서른이나 20대 중후반이 되어 축구선수로서 노련미와 신체능력이 조화를 이룬 원숙기로 접어들 시기다. 그때쯤 최고참 베테랑이 되어있을 손흥민도 건재하다면 대표팀은 오히려 지금보다 4년 뒤가 더 기대되는 호화전력을 갖추는 게 가능해진다.

다만 수비진 세대교체는 숙제로 남았다. 현재 대표팀의 주전 수비라인에서 김민재 정도를 제외하면 김영권-김진수-김승규-조현우-정우영-권경원 등은 모두 4년 뒤를 기약하기 힘든 30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표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좌우 풀백 라인은 지금도 마땅한 차세대 후계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받은 영건들 또한 앞으로도 부상이나 주전경쟁같은 변수없이 순탄하게 성장한다는 보장은 없다. 안타깝게도 축구 역사에서 한 세대가 굴곡없이 모두 순탄하게 동반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2002 월드컵의 송종국, 2010년의 김정우-이정수처럼 한 대회에서 그야말로 역대급 활약을 보였지만 '짧고 굵은 전성기'를 뒤로 하고 일찍 저문 선수들도 많이 있다. 선수들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국가대표급 유망주 자원들을 현명하게 관리-육성하기 위한 축구계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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