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프로골프 KLPGA

KLPGA 역대급 상금에도 깊어진 '양극화'…하위권 선수 '울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상금의 약 60%가 상위 20위 이내에 쏠려

상금 요율 조정·컷오프 기준 완화 등 대안 필요

아시아경제

올 시즌 상금왕을 차지한 박민지. 사진제공=KLPG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서희 기자] 국내 골프협회가 역대급 상금을 쏟아부은 시즌이 화려하게 마무리된 가운데 상위권과 하위권 선수 간의 ‘상금 양극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우승자에게 편중된 상금 요율을 조정하고 컷오프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역대 최대’ 상금 불구…깊어진 양극화
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등에 따르면 올해 KLPGA 정규 투어의 총상금 규모는 최초로 300억원을 넘어섰다. KLPGA는 기존 29개였던 대회 수를 올해 33개로 늘리고 대회당 상금 규모도 9억원 가까이 책정했다.

아시아경제 자체 조사 결과, 올 시즌 상금 순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평균 상금액은 약 2억3025만원이었다. 2022시즌 국내 프로야구(KBO) 선수들의 평균 연봉(신인 및 외국인 선수 제외)인 1억5259만원과 비교해도 훨씬 많다. 각종 후원사와 협찬을 고려하면 인기 선수들의 연간 수입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역대급 상금 증액에도 상위권 선수들의 상금 독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KLPGA가 제공한 올 시즌 상금 순위를 살펴보니, 상금 순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 119명 가운데 상금액이 평균액(2억3025만원)을 넘는 선수는 37명으로 전체의 31%에 해당했다. 평균에 미치지 못한 선수가 전체의 69%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상금 순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 118명 가운데 상금 평균액(2억640만원)에 미치지 못한 선수가 80명으로 전체의 67%였음을 고려하면 소폭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1년에 상금을 3000만 원도 채 받지 못한 선수도 9명이었다.

경기 중간에 컷 탈락한 선수는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게 원칙이다. 개인 스폰서와 광고 등의 부가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하위권 선수일수록 상금도 적어지는 구조다.

문제는 투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꽤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회 경비를 상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활동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2부 투어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골퍼 A씨는 “대회에 한 번 참가할 때마다 참가비·캐디비·숙박비 등으로 적어도 300만원이 깨진다”며 “성적이 좋지 않고 스폰서가 없는 선수의 경우 투어에서 오래 활동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골프 라운딩.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금 요율 조정하고 컷오프 기준 완화해야”
이러한 양극화의 배경이 국내 골프 대회의 상금 요율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회마다 다르지만, 현 KLPGA 정규 투어 대회는 우승하면 총상금의 18%를 가져가게 된다. 그 외에 특수·리미티드 대회로 분류되는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 대회는 총상금의 25%,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은 총상금의 20%까지 우승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대회 상금 규모에 따라 우승자에게 25%까지 지급되던 기존 배분율을 고려하면 우승자 ‘상금 몰아주기’는 완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위권 선수에게 총상금의 대부분이 지급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 상금 배분율에 따라 1위~5위 선수에게 총상금의 46%가 지급된다. 여기에 1위~20위 선수에게 배당된 상금 규모가 전체의 70%에 달한다. 20위권을 기록한 상위권 선수에게 전체 상금의 대부분이 쏠려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봐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1위에서 5위까지의 상위권 선수가 총상금의 약 40%를 가져간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KLPGA와 LPGA 투어의 중간 수준으로 1위에서 5위까지 선수가 전체의 44.8%를 가져간다.

일각에선 우승자에게만 편중된 상금 요율을 조정하고 컷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근 전 KPGA 위원장은 “스포츠 특성상 우승자 우대 원칙을 따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 우승상금이 커질수록 대회의 홍보 효과도 커진다”며 “그러나 적어도 컷 탈락하지 않은 선수에겐 대회 경비 정도는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보다는 하위권 선수에게 후한 상금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