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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5G를 잡아라’ 삼성, 인도서 피처폰 생산 중단하나… 스마트폰 재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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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현지에서 판매 중인 삼성전자 피처폰 /인도 아마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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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휴대폰 시장인 인도에 대한 사업 전략을 수정한다. 삼성은 스마트폰과 함께, 약 1000만대의 피처폰을 생산·판매하며 2017년까지 인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이후 인도 시장의 스마트폰 전환과 샤오미, 비오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점유율이 3위까지 밀려났다. 이에 삼성은 지난 10월 인도의 5G(5세대 이동통신) 시작에 맞춰 피처폰 생산을 중단하고 중저가 갤럭시M·A, 플래그십 S시리즈, 폴더블 Z시리즈까지 인도를 스마트폰 시장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 전자업계와 이코노믹타임즈 등 인도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현지 휴대폰 제조 파트너인 ‘딕슨테크놀로지(Dixon Technologies)를 통해 생산하고 있는 피처폰 생산을 중단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 인도법인 홈페이지에는 피처폰은 없는 상황이고, 일부 온·오프라인 유통망 등을 통해서만 피처폰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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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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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G 시작한 인도, 피처폰 안녕... 삼성, 스마트폰으로 재편

삼성은 인도 현지에서 이달 생산하는 피처폰 물량을 마지막으로 전 생산 라인을 스마트폰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처폰은 스마트보다 성능이 낮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휴대 전화를 말하며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 등 단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최근까지 인도 현지에서는 약 1000만대 수준의 피처폰이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피처폰 생산 중단 결정은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생산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점유율이 0%인 중국 시장 보다는 인도로 눈길을 돌리겠다는 의미다. 또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면 주요 생산 기지로 활용됐던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특히 지난 10월부터 인도에서 5G가 도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피처폰의 수요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삼성이 피처폰 경쟁에 집중하면서, 저가형, 중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3분기 인도 시장에서 21%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9%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삼성과 샤오미는 각각 19%의 점유율을 보이며 공동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은 2017년까지 인도 시장을 주도했지만, 저가 경쟁력을 내세운 샤오미, 비보, 리얼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공세로 3위까지 밀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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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스마트폰 시장 분기별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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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연계인센티브제도(PLI) 도입도 사업 재편에 큰 영향을 줬다. 인도 정부는 자국 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자국에서 생산하는 기업들 가운데, 1만5000루피(약 23만7000원) 이상 가격대의 핸드폰 매출 증가액에 대해 4∼6%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인도의 주력 가격대인 150달러 이하 시장은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고, 150달러~250달러 가격대가 메인 가격대로 성장하는 중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현지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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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M13 시리즈 인도 출시 포스터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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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M에서 S, 폴러블까지 공략... 수익성 극대화

시장잠재력 부분에서도 인도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인도 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약 60% 수준이다. 보급률이 80~90%대인 중국, 미국 등과 차이가 있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 시장만 성장이 예상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 탓이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3조 4000억 달러(약 4702조 2000억원)인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10년 간 8조 5000억 달러(한화 약 1경1755조원)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GDP가 높아질수록 소비력이 상승하면서 M이나 A 등 중저가 제품 뿐만 아니라, S나 폴더블 등 고가 제품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전 라인업에 대한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19만~26만원대의 ‘갤럭시 M13′ 시리즈를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5G 단말기를 인도에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삼성은 지난 8월 인도 벵갈루루의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에서 플립4, 폴드4 언팩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플립4, 폴드4의 사전 예약은 10만건을 넘는 등 신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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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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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은 시장 공략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통, 마케팅 활동 강화를 추진해왔다. 삼성은 폴더블폰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인도 내 1만여 도시로 판매망을 넓혔다. 또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인도 현지 DMI파이낸스와 협력해, 간단한 신분 확인 후 휴대폰 구입비를 빌릴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지난 3분기에는 인도 벵갈루루에 본사가 위치한 소비 동향 분석 업체 ZAPR의 지분을 인수했다. 그 결과, 삼성은 최근 인도 쇼핑 시즌인 디왈리 축제 기간(9~10월) 동안 약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상승 기조에 진입하는 인도 시장에 대한 주요 제조사의 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중저가 5G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제조사 간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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