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6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롯데마트 앞에서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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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6일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대형 사업장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파급력은 거의 없었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는 계속됐지만 화물기사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대오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전국 15개 지역 거점에서 '총파업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적인 동시 파업으로 대정부 강경투쟁을 다짐했지만 동력은 없이 시위 현장의 구호만 메아리쳤다. 민주노총의 주력부대인 대형 사업장이 거의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는 이날 파업을 전격 유보했다. 회사와의 임금·단체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다. 조합원 찬반투표로 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없이 마무리된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는 이날 4시간 부분 파업을 한 뒤 13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날 임단협을 잠정 합의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제철 노조는 개별 사업장의 임·단협에 집중한다는 이유를 들어 파업 불참을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참여를 기대했던 대형 사업장이 총파업 당일 이탈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지하철 등 공공부분 대형 사업장도 사측과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일터로 복귀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28~30일 조합원 투표로 아예 금속노조를 탈퇴하기로 했다. 13일째 집단 운송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화물연대에서도 회원들의 복귀가 늘어나면서 부산, 인천 등 일부 항만은 야간 물류가 정상을 찾는가 하면 시멘트 운송은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12일째 이어진 5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경유가 바닥나자 관계자가 승용차로 인근 주유소에서 경유를 구입, 저장고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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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개시일을 전후로 민주노총의 대오가 뭉치기는커녕 오히려 무너지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총파업' 날이 일터에서의 '총노동'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날짜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산하 노조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총파업 명분이 사업장 문제와 동떨어진 것이어서다. 총파업 동력은 투쟁 목적에 개별 사업장이 동의해야 생긴다. 이번 총파업에서 민주노총이 내세운 것은 '화물 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 정부 노동탄압 분쇄'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를 지원하기 위한 총파업이자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 전선을 꾸린다는 의미다.
총파업 불참은 일선 산업현장의 노조가 이런 민주노총의 명분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를 지원하는 전위부대의 역할을 거부한 것이고, 정부의 법과 원칙에 기반을 둔 대응에 물리력으로 맞설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각 사업장의 노조가 기업 내 근로조건 문제에 집중하면서 정치적 성격이 강한 파업에 거리를 두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총파업 대열에서 대거 이탈한 사업장이 모두 자신이 속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노사문제에 집중하고, 이게 해결되면서 파업을 접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차원의 중앙 단위 지침이나 지휘가 먹히지 않는 셈이다.
일선 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각 사업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MZ세대의 요구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Z세대는 정치 파업에 염증을 느끼고 거부하는 성향이 뚜렷하다"며 "노조 집행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노조도 시대에 맞는 구성원의 요구와 소명을 반영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노조 내부 민주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의 잡단운송거부 13일째인 6일 광주공항 활주로 옆 공간에 '로드탁송'으로 옮겨진 기아 신차들이 적치돼 있다. 기아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카캐리어 운송이 중단되며 대체 인력을 고용해 공장에 쌓여가는 완성차를 임시 적치장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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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행해지는 집단 운송 거부는 결코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는 불법행위를 멈추고 조속히 현업으로 복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경대응과 이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 파업 투쟁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의 분기점이 9일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 자리에서 안전운임제 연장 또는 폐지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이에 대비한 대국민 여론전을 위해 신문광고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소위의 논의 결과에 따라 화물연대의 움직임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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