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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헌신·조규성의 기록... 잊을 수 없는 카타르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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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길목' 브라질 앞에서 멈춘 벤투호의 월드컵 도전기

월드컵 참가국 중 절반에게만 허용되는 토너먼트에 올라서서 강력한 우승 후보와 실력을 겨뤄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90분 그 이상의 시간들이었다. 종아리를 다쳤지만 이를 악물고 버틴 센터백 김민재가 돌아와 주었고, 답답한 안면 보호대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주장 손흥민의 헌신은 끝까지 감동을 줬다.

전반전 40분도 안 되어 네 골이나 얻어맞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며 축구가 선물하는 또 다른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월드컵 말고도 축구와 우리 삶이 주는 가슴 뜨거운 일들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6일(화) 오전 4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 있는 스타디움 974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 게임에서 1-4로 완패하며 숨가쁜 여정을 마무리했다.

브라질 축구가 가르쳐준 '기본기'
오마이뉴스

동료들 안아주는 손흥민 ▲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 1-4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 손흥민이 정우영을 안아주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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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브라질은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 스타팅 멤버 중 다재다능한 수비수 에데르 밀리탕 1명을 제외하고 10명의 선수를 바꿔서 우리와의 16강 게임에 임했다. 한 마디로 이번 게임 브라질 선수들 대부분은 체력을 회복할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에 우리 선수들은 조별리그 3게임 내내 뛰던 핵심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나왔다. 종아리 근육을 다친 센터백 김민재만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에서 휴식을 취했을 뿐이다. 이 체력-집중력 차이를 치치 감독이 예상했던 것처럼 게임 흐름은 일찍부터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게임 시작 후 6분 41초만에 첫 골이 나왔고 전반전 35분 45초에 네 번째 골까지 이어졌으니 이 게임 양상은 뒤집기 어려웠다.

브라질은 우리 풀백들이 맡고 있는 측면 공간을 흔들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약점은 이미 우리의 조별리그 두 게임(vs 가나, vs 포르투갈)의 일부 실점 상황을 통해서도 드러난 부분이었다. 바로 그곳을 파고들어 6분 41초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첫 골이 나왔다. 브라질의 왼발잡이 오른쪽 날개 공격수 하피냐가 빠르고 날카롭게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컷 백 크로스를 내줬고 공은 우리 골문 앞을 통과하여 반대쪽에서 기다리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굴러갔다. 그에게 우리 골키퍼 김승규를 포함하여 수비수들이 우르르 달려들었지만 비니시우스가 확인한 골문 반대쪽 구석은 꽤 넓어보였다.

문제는 추가골 시간이었다. 첫 골을 넣은지 5분도 안 되어 페널티킥 휘슬이 길게 울린 것이다. 축구 게임으로 만난 두 팀의 실력차는 추가골이 얼마나 원하는 시간대에 터지는가, 그 차이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브라질의 추가골, 쐐기골들은 줄줄이 이어진 것이다. 겨우 10분이 조금 지난 시간에 우리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정우영이 뒤에서 달려든 히샬리송을 못 보고 공을 길게 걷어내려다가 그의 발끝을 찬 것이다.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PK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8강으로 올라가는 결정적인 갈림길 앞에서 브라질 에이스 네이마르는 머뭇거리지 않고 오른발 인사이드 페널티킥을 차 넣었다. 김승규 골키퍼의 세이브 타이밍을 빼앗는 도움닫기 동작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의 놀라운 결정력은 28분 12초에 터진 세 번째 골에서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손흥민의 소속 팀 동료 골잡이 히샬리송에서부터 시작된 연결이 센터백 마르퀴뇨스 - 티아구 실바를 거치며 기막힌 삼각 패스로 이어졌고, 히샬리송의 노마크 왼발 슛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골망을 갈랐다. 브라질 축구가 단순히 선수들의 개인기가 화려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축구 기본기에 충실한 빠른 패스 플레이로 재구성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명장면이었다.

이어 35분 45초에 터진 네 번째 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수비수 김민재를 앞에 두고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가볍게 띄워준 공을 반대쪽에서 달려든 루카스 파케타가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으로 끝냈다. 특히 발리슛을 발등으로 강하게만 차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발 부위 중 가장 넓은 면에 해당하는 인사이드 킥의 정확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것이다.

교체 선수 '백승호'까지 월드컵 첫 골 감격
오마이뉴스

잘했어! ▲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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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시작하면서 김진수 대신 홍철을, 정우영 대신 손준호를 들여보낸 한국은 1골이라도 따라붙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주장 손흥민이 특유의 빠른 돌파로 46분 16초에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만들었다. 마르퀴뇨스를 따돌린 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슛을 때린 것이다. 하지만 각도를 줄이며 과감하게 달려나온 브라질 골키퍼 알리송이 온몸을 날려 그 공을 어깨 부위로 걷어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서로를 잘 알고 있는 터라 손흥민의 이번 월드컵 첫 골 순간을 알리송이 기막히게 막아낸 셈이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을 통해 천금의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던 황희찬은 전반전 16분 15초 짜릿한 중거리슛에 이어 67분에도 오른발 강슛 위력을 보여주었지만 역시 알리송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1골을 따라붙었다.

75분 48초,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재성 대신 들어온 이강인이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을 올려주었고, 브라질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낸 공을 반원 밖에서 터치한 백승호가 시원한 왼발 하프발리 골을 골문 오른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완벽한 골키퍼로 보였던 알리송도 89km/h 속도로 날아가 꽂히는 궤적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이렇게 우리 선수들은 974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지은 스타디움 4만3847명 관중들 앞에서 아쉽지만 이번 대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이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벤투호는 쉽게 꺾이지 않았고 끝까지 축구의 가치를 바탕으로 똘똘 뭉쳤다. 안와골절 수술 직후에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돌아온 손흥민 주장의 헌신이 우리 축구팬들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줬다. 이번 대회에 넣은 5골 중 무려 4골(80%)을 K리거들(조규성 2골, 김영권 1골, 백승호 1골)이 터뜨리며 더이상 해외파의 들러리가 아님을 웅변했다.

상대적으로 체구는 좀 작지만 가운데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황인범은 이번 대회 4게임을 거의 풀 타임으로 소화하면서 개인 통산 가장 먼 거리인 45.04km를 뛰어다녔고, 총 243개의 패스 기록을 찍어냈다. 아울러 패스 받을 공간 움직임을 257회나 시도하여 벤투호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앙 고리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게임을 통해 놀라운 헤더 골 2개를 성공시키며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어준 조규성은 풀 타임 게임은 없었으면서도 상대 수비수들을 향해 부지런히 압박 움직임을 펼쳐 우리 선수들 중 최다인 156회의 전방 압박 기록을 남겼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와서 단 1초도 쉬지 못하고 계속 뛴 김문환은 우리 선수들 중 가장 많은 268회의 스프린트(전력 질주) 기록을 찍어내며 숨이 막힐 정도로 달리고 또 달렸다. 골키퍼 글러브를 끼고 온몸을 날린 김승규도 무려 50개의 세이브 기록을 남기며 뒤에서 묵묵히 골문을 지켜주었다.

주장 손흥민 역시 김문환, 김승규와 마찬가지로 단 1초도 쉬지 못하고 4게임 모든 시간들을 그라운드 위에서 헌신했다. 우리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슛 시도, 21개의 크로스 시도 기록 중 모두를 놀라게 한 유일한 결승골 어시스트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우리 선수들의 월드컵 도전은 여기서 멈췄지만 새 감독 선임부터 시작하여 다시 차근차근 새 발걸음을 준비해야 한다. 2023년 6월 여기 카타르에서 열리는 AFC(아시아축구연맹) 남자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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