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맥주 한두 잔 마시고 잠깐 외출”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B(9)군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장소. 인도가 없어 갓길로 다녀야 하는 데다 경사가 가팔라 평소부터 위험구역으로 지적받은 곳이다. 이희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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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은 사고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남성 A씨(30대 후반)를 구속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범죄가 중대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4시57분쯤 술에 취한 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중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 중이던 3학년 B(9)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B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 뒤 차를 몰고 외출했다가 사고를 냈고, 사고 후에도 약 40m 떨어진 자택 주차장까지 차를 몰았다.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게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부주의로 인명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집에서 혼자 맥주를 한두 잔 마셨고 잠깐 차를 몰고 나갔다 왔다.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현장은 도로는 폭이 약 4∼5m인데 인도가 따로 없고 과속카메라도 설치되지 않는 등 사고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A씨가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를 위반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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