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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불명확성 드러난 중대재해법 1년…외국인CEO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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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중대재해법과 함께한 2022년

시행 후에도 산업현장 사고·사망자 줄지 않아

의무범위 불명확…과도한 책임 물을 가능성 커

CEO 개인 처벌 능사 아냐…실효성 제고 필요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외국계 제조회사들이 한국에 최고경영자(CEO)를 새로 발령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인 잘못이 아니어도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만 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니 다들 한국에 대표이사로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시행된 이후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한 장면이다.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많은 기업들이 안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기존 안전체계를 재점검하면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등 법 시행에 대비했다.

이데일리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그러나 새로운 법을 도입하면서 산업안전 분야의 규제를 대폭 강화했음에도 사고 감축 효과는 없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산업현장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다. 회사의 최고경영책임자(CEO)에게 안전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의무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면 중대재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불명확성의 문제점은 사고 발생 후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더욱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대재해법상 의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다 사고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특히 도급이나 위탁의 경우에도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으면 중대재해법상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은 도급인의 책임이 대체 어디까지인지 특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사고 발생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업무를 해보니 ‘과연 중대재해법을 철저히 준수했다면 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대상 기업이 중대재해법을 준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너무나 힘겨운 싸움이다. 수사기관과 대상 기업의 공방이 안전한 사업장 구축을 위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가 ‘산업현장 사고 감축’이라는 당초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경영책임자’ 개인을 형사처벌로 위협하는 대신 사고 법인에 대해 상당한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사고 감소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기업들이 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이 개정돼야만이 ‘산업현장의 안전 확보’라는 실질적인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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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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