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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일회용컵 보증금제 ‘졸속 출발’ 논란…“상위 20개 매장 중 적용 2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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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세종 첫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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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2일 첫 시행된 가운데 이날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보증금제도를 보이콧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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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제주와 세종 등 두 곳에서 우선 시행됐지만, 이마저도 ‘졸속 출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일 환경부는 제주도와 세종시 등 선도 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처음으로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제주도 349곳, 세종시 173곳 등 522곳 매장에서 소비자들은 보증금 300원을 내고 일회용컵을 쓴 뒤 반납할 때 이를 돌려받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 6월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프랜차이즈 매장 약 3만8000곳에서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환경부의 준비 부족과 업주들의 반발로 시행일을 확정하지 못한 채 연기됐다. 대신 환경부는 세종시와 제주도를 선도 지역으로 정하고, 이날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두 곳의 선도 지역에서조차 일부 업주들이 반발하고 불참을 선언하는 등 환경부의 준비 부족이 드러났다.

제주도의 경우,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이 전체 매장 대비 턱없이 적어 ‘무늬만 시행’과 다름없다고 환경단체는 지적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제주도 상위 20개 커피전문점 중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은 단 2곳에 불과하다”며 “제주도에 카페가 4천개 되는데, 왜 우리만 해야 하느냐고 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의 소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보이콧’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제주도는 관광지 주변을 중심으로 대형 독립 카페가 많다. 세종시와 마찬가지로 전체 커피전문점 대비 프랜차이즈 매장은 10% 수준이지만, 독립 카페들이 매출이 높은 대규모 매장의 주를 이룬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제주도를 선도 지역으로 선정해 ‘무늬만 시행’이라는 비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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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철 환경부차관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첫날인 2일 오전 세종시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음료를 구입하고 일회용컵 회수기를 이용하여 컵을 반납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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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는 기존의 일회용컵 감량 정책에 역행하는 환경부의 보완 지침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청사와 공공기관 등이 일회용컵 반입이 금지하는 추세인데, 환경부가 국무총리 훈령을 개정해 ‘보증금제 적용 대상 일회용컵은 반입을 허가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허승은 팀장은 “이렇게 되면 청사 내 반입이 가능한 프랜차이즈 카페로 소비자가 몰릴 수 있어, 독립 카페 업주들이 오히려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전국적으로 많은 공공기관이 청사 내 일회용컵 반입 금지를 하는 흐름을 봤을 때, 이는 일회용품 감량 정책을 후퇴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제주도의 적용 대상 매장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 이날 김남희 환경부 일회용품대책추진단 팀장은 “지역에 따라 여건이 달라서 각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해 적용 대상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의 일회용품 청사 반입 허가로 다른 카페가 역차별받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독립 카페도 자발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참여할 수 있다”며 “세종형 일회용컵 줄이기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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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와 이제석광고연구소 등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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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업주간 이해충돌이 나타나는 이유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면 시행하지 않고 매장별 교차반납을 허용하지 않는 등 제도의 통합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크아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이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이지수 녹색연합 활동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취지는 5%밖에 재활용되지 않는 일회용컵의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상지역을 축소하고 교차반납을 막는 환경부의 정책은 제도의 취지와 반대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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