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총괄 “오미크론 병원성 약화” 코로나19 공포 조장서 입장 전환
글로벌타임즈 “방역 고수시 의료 시스템 큰 압력” 과거 방역 정책 비판 처벌
6일 장쩌민 국장 전후로 시위 예상 “중국 집권 세력 위기”… 시위 실종자 발생도
2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방역 정책을 총괄하는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는 전날 방역 최전선 전문가 8명과의 좌담회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약해지고 있어 예방·통제 조치를 더욱 최적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쑨 부총리는 앞서 지난달 30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도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 약화, 백신 접종 확대, 예방 통제 경험 축적에 따라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새로운 정세와 임무에 직면해 있다”고 밝혀 이틀 연속 ‘오미크론의 병원성 약화’를 언급했다.
지난 11월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주민들이 영하의 날씨 속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은 그동안 의료 체계가 부실하고 인구가 많아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1명만 나와도 대규모 주거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비상삭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민심이 폭발하자 하루 아침에 “오미크론의 병원성이 약하다”며 입장을 전환한 것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실상 그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을 부인하는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매체는 이날 ‘단독’이라며 “중국 과학자들은 오미크론의 병원성이 이전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음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베이징대 제1병원 호흡기 전문가 왕광파(王廣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우세한 오미크론 병원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전 코로나19 방역 방식을 고수하면 의료 시스템에 큰 압력을 가할 것이며 중증 사례 치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오미크론이 퍼진 후 당국의 제로코로나 대응을 비판하는 글은 인터넷에서 바로 삭제되고, 당사자는 조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젠 관영 매체가 이를 부인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역시 지난 1일 “국내외 데이터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 등에 비해 병원성과 독성, 중증 및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며 방역 태세 전환을 에고했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인민대회당 앞에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애도 의미로 중국 국기가 조기로 게양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와중에 지난달 30일 사망한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애도의 장(場)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안과 무장경찰 등을 동원해 시위에 대해 강경 대응하면서 동시다발 시위가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달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국장(國葬) 격인 추도대회 전후로 중국 안팎에서 시위가 예상된다. 1989년 시위에 느슨한 대응을 이유로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자리에서 쫓겨났던 후야오방 사망이 중국 내 민주화 시위 격화로 이어져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초래한 바 있다.
천강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은 “장쩌민의 사망과 관련된 모임은 합법적이어서 허용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장쩌민이 현재 지도자(시진핑)와 대조될 것이고, 그건 현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 부교수는 “장쩌민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어 보인다”면서 “그와 반대로 현재 중국 집권 세력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후 체포된 뒤 연락이 되지 않는 이들을 찾는 글이 트위터에 올라오고 있다. 2일 트위터 ‘중국 본토 양심수 데이터베이스’ 계정에는 ‘청두(成都) 왕핑거리에서 체포된 검은 장갑을 끼고 단발 곱슬머리인 위구르족이 소식이 없다’거나 사진까지 공개하며 ‘11월 30일 상하이 난징시루 부근에서 리캉멍이 체포됐지만 연락이 두절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