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 우철훈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9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검찰의 ‘보복 기소’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는데도 공수처는 1년간 수사한 끝에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검사들을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국가 공권력을 사유화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혔지만 결국 누구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김선규)는 이날 유우성씨가 지난해 11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신유철 전 서울서부지검장(당시 차장검사),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당시 부장검사),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당시 주임검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들은 유씨가 2010년 3월 이미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뒤 사정이 특별히 변하지 않았는데도 2014년 5월 검사의 권한을 남용해 똑같은 혐의로 기소해 유씨가 의무 없는 재판을 받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13년 1월 화교 출신 탈북민인 유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 담당 검사들은 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검찰은 2014년 5월 유씨가 불법으로 북한에 돈을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하고 북한 국적을 가장해 서울시 공무원에 임용(위계공무집행방해)됐다며 별건 기소했다. 1심은 두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기소에 대해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공소 기각했다. 대법원도 지난해 10월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유씨를 괘씸히 여긴 검찰이 과거 사건을 들춰내 ‘보복 기소’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는 검찰이 유씨를 보복 기소한 데 대해선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소시효(7년)이 지났다며 범죄 성립 여부도 따져보지 않았다. 검찰이 유씨를 기소한 2014년 5월9일부터 유씨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의무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하는데, 그 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공소시효를 정지하거나 배제할 만한 사유가 없었다고 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범죄가 유지되는 ‘계속범’이 아니라 범죄가 특정 시점에 발생하는 ‘즉시범’이라는 이유도 들었다.
공수처는 검찰의 공소유지(재판 수행)에 대해선 검찰의 항소나 상고 자체를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안동완 검사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만 재판에 참여했고, 김수남·신유철·이두봉 검사는 1~3심 모두 참여하지 않아 공소유지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정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이 공판 검사와 협의해 공소유지에도 영향을 미쳤다면 항소나 상고 시점에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죄가 성립해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피의자인 전·현직 검사들과 참고인인 상소심 검사의 진술, 1심과 2심의 판단이 다를 경우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는 검찰의 사건 처리 관례,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사건 기록 등을 종합해 ‘협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검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8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공수처는 강제수사 의지를 사실상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 9월 신유철 전 지검장, 이두봉 전 고검장, 안동완 차장검사를 서면으로만 조사했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공소심의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가 나왔다고 했다.
유씨 측은 공수처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법원에 재정신청하고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유씨의 변호인단은 “법원의 판결로 검사의 보복 의도가 명백히 확인됐으므로 검찰의 수사, 기소뿐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유씨의 법원 출석과 무죄 입증을 위한 변론 활동 모두 검사의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피해라고 봐야 한다”며 “공수처는 범죄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한 것이 아니라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해 피의사실을 축소한 뒤 불기소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