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감염자 연일 최다…'정밀 방역' 전환 속 확산 저지 한계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반대 시위 펼치는 상하이 시민들 |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강력한 방역 정책에 질린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폭발하면서 중국이 자랑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중국 방역당국은 시진핑 집권 3기 시작 직후 '정밀 방역'을 강조하며 방역정책을 완화했지만, 신규 감염자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아파트 단지 봉쇄와 2∼3일 주기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고강도 방역 조치들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의 정책에 순응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지만, 주말 사이 일부 시민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까지 외치며 불복종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에 대한 공개 항의는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민심이 폭발한 것은 3년 가까이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피로감이 누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3일마다 PCR 검사를 받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물론 아파트와 사무용 빌딩이 수시로 봉쇄되면서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제시했지만,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3.0%에 그쳐 연간 성장률은 3%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제로코로나 항의하는 베이징 시민들 |
또 방역 완화를 담은 20개 정책을 발표하고도 일선 현장에서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과거 정책을 고집한 점도 주민들의 불만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1일 해외입국자의 시설격리를 7일에서 5일로 단축하고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대해 함부로 PCR 검사 범위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방역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 조치를 과학방역·정밀방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방역 완화를 발표한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졌다. 27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날 전국의 신규 감염자 수는 3만9천506명으로 나흘 연속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감염력이 큰 오미크론 변이에 따라 감염자가 폭증하자 아파트 단지를 통째로 봉쇄하거나 집단 격리하는 시설인 '팡창(方艙)의원'을 대규모로 확충하는 등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중국인들은 '코로나19 감염보다 팡창에 가는 게 더 두렵다'는 말을 할 정도로 집단격리시설을 혐오한다.
아울러 카타르 월드컵 중계를 통해 마스크를 벗고 즐겁게 응원하는 세계인의 모습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카타르와 중국은 다른 행성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중국 아파트 봉쇄 후 주민 코로나19 검사 |
제로 코로나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거침없이 확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자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댄 매팅리 미국 예일대 부교수는 27일 로이터 통신에 "현재 벌어지는 시위는 중국 공산당의 대응에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면서도 "한가지 대응은 탄압일 것이며 그들은 일부 시위자를 체포하고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민해방군과 안보 담당 기관이 시 주석의 편인 이상 시 주석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어떠한 의미 있는 위험에도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지난 24일 19명의 사상자를 낸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희생자 추모와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 나와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며 분노를 표출했고, 이날 낮 베이징에서는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봉쇄에 항의하며 집단행동을 벌여 봉쇄 해제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주요 대학에서도 시위가 벌어졌고, 누리꾼들은 연대의 의미이자 검열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백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봉쇄정책 반대 시위에 배치된 상하이 경찰들 |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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