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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이태원 참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될까 [쿡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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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 첫 공식 회견…“국가 없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 논란

최정학 “이태원 참사, 중대재해법 넘어서는 문제”

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쿠키뉴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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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주최 없는 모임’에 해당한다며 책임자를 찾는 데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이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란이 연일 일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24일 만에 공적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22일 희생자 38명의 유족에 관한 법률 지원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유가족과 함께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으로 말미암은 간접살인”이라며 “차디찬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에 참사의 진상 파악과 책임 규명을 호소한 것입니다.

이에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근로자 50인 이상 기업 등에 적용)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중앙관서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됩니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시 △같은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생기는 경우 △같은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시 적용됩니다.

이태원 참사는 모두가 이용 가능한 도로에서 발생했기에 중대산업재해가 아닌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법에 규정된 대상에 ‘길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중대재해법 대상에 공공시설도 포함되긴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시설의 문제라기보다는 관리의 문제였다”며 “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또한 이날 본지에 “공중이용 시설이나 대중교통 등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법 적용이 된다”며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에게도 적용되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참사가 발생한 장소가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며 “(이태원 참사를) 중대시민재해인지 따져야 하는데 이 법의 대상이 되는 장소에 길거리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정당국을 고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참사에서 행정당국 등을 형법상의 직무유기나 기타 재난관리법 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면 그렇게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며 “중대재해법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대상 범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시설에 제한을 두면 안 된다는 등 법 개정의 목소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때가 아니고, 있는 법이라도 잘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태원 참사 문제는 중대재해법을 넘어서는 훨씬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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