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이 겪는 혹독한 금리 인상기
소액 대출 탓에 채무 불이행 빠지는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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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지옥철을 타야 하고, 출퇴근 시간만 한 시간 반이 걸리겠지만 어쩔 수 없죠.
내년에는 인천 본가로 다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전세대출 이자가 너무 올라서 돈을 벌고 있는데도 주말에 치킨 한 마리 마음 편히 못 시켜 먹거든요."
작년 5월 서울에 전셋집을 얻어 이사 온 이은지씨(24)는 며칠 전 전세자금대출 이자 통보 문자를 받고 부모님에게 전화했다. "처음에 월 10만원이었던 이자가 이제 30만원이 됐다. 직장인 2년차라서 세금 다 뗀 월급이 170만원 정도인데 점점 살기가 힘들어진다"며 "부모님께 내년에 계약 만료가 되면 다시 집으로 들어갈 거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씨가 독립하겠다고 선언할 때만 해도 시중은행의 청년 대상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연 1.88%였다. 7000만원 대출을 받아 첫 6개월은 10만9000원씩 이자를 갚았다. 이자율이 낮던 시점이라 친구들도 1%대 대출을 많이 받는 걸 봤고, 변동금리라 6개월마다 이자가 바뀌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씨는 "그때만 해도 이자가 올라봐야 얼마나 오르겠나 했는데 지난주에 은행에서 5.04%로 금리가 올랐다는 문자를 받고 이건 꿈일 거라고 생각했다"며 "회사 부장님이 '빚은 직장인의 영원한 친구'라고 하던데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금리 인상기에 청년층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전세자금대출 이자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5.25~7.36%를 기록할 정도로 높아졌다. 24일 한국은행이 또 한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며 전세자금대출금리도 앞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사람 중 20·30대는 지난 8월 말 기준 83만5799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으로 살펴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20·30대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99조원으로 전체 잔액의 약 58%였다. 청년층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거라는 게 추정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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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를 포기하고 '월세 전환 작전'을 짜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선율씨(27)는 이달 초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반전세로 전환했다. 전세 1억6000만원짜리 원룸을 보증금 5000만원에 월 40만원으로 재계약한 것이다. 한씨는 "4년 전세로 채울까 생각하다가 요즘 전셋값은 떨어지고, 전세대출 이자는 7% 넘게 올라갔다고 해서 생각을 바꿨다"며 "제2금융권에는 특판 정기예금 금리가 10%씩 한다는데 전세 보증금에서 뺀 1억1000만원을 이런데다 넣어놓으면 원룸 월세와 관리비 정도는 벌고도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인뱅서 400만원 빌려 코인 투자했다가 손해만…남은 건 오른 금리 뿐
20대들의 투자 리스크도 커졌다. 코인 투자를 하려고 올해 1월 인터넷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한 김진우씨(25)는 "대출을 해서라도 수익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 1월 제대하자마자 인터넷은행에서 400만원을 금리 4.75%에 빌려 코인에 넣었다"고 했다. 김씨는 '1배숏 헷징'이라는 방법을 친구에게 소개받았다. 원금보장도 되고 고정적인 이자도 들어온다길래 속는 셈 치고 투자해봤지만 역시나 손실을 보고 있다. 그사이 늘어난 건 6.65%로 늘어난 금리뿐. 김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월급 받으면 대출금부터 갚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린 후 제때 갚지 못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된 20대 10명 중 4명은 500만원 이하의 빚을 갚지 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소액대출 탓에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돼 신용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신용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채무 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20대 채무 불이행자는 총 8만4300명 중 3만5200명(41.8%)이 500만원 이하 대출자였다. 1만7900명(21.2%)이 5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 채무자이고, 4300명(5.1%)이 5000만원 초과 채무자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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