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작가 인터뷰…"시뮬레이션 우주론에 근간, 현실과 가상 구분 무의미하다고 봐"
웹툰 '후궁공략'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무엇이 현실이고 가상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에요. 주인공들이 게임 속 세상을 새로운 현실로 사랑하게 되는 결말을 원했죠."
웹툰 '후궁공략'을 그린 봉봉 작가는 23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가상현실을 다룬 많은 사이언스 픽션(SF)이 '진짜 현실'이 어딘가 존재하며 그곳에 도달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결말을 제시하곤 하지만,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결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후궁공략'은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2020년 8월부터 연재돼 지난달 말 본편이 완결된 작품이다. 현재는 후일담과 에필로그까지 총 130화가 공개됐다.
후궁에서 황후가 되는 가상현실 게임 '게임 후궁공략' 속에 갇힌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초반 설정 때문에 흔한 게임판타지 또는 동양풍 로맨스 판타지(로판)로 오인당하지만,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철학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독특한 SF물이라는 점이 선명해진다.
봉봉 작가는 "로맨스 판타지·게임판타지의 탈을 썼던 것은 더 많은 독자를 SF의 세계에 끌어들이고 싶어서 택한 전략에 가까웠다"면서 "장르는 SF지만 중심 플롯은 주인공 '요나'의 사랑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작들은 특별히 독자들의 성향, 성별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지만 '후궁공략'은 명백하게 여성 독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라고도 털어놨다.
봉봉 작가 캐릭터 이미지 |
이 작품의 근간에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이 있다. 시뮬레이션 우주론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도 또 다른 지적 생명체가 만들어낸 가상현실일 수 있다는 가설.
작가는 "이 이론대로라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조차도 가상현실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입장에서는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작중 '요나'는 불행한 현실과 행복한 가상세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서 고민한다.
작가는 "'게임 후궁공략' 안 NPC(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들에는 게임이 그들의 현실인 것"이라며 "'요나'는 '게임 후궁공략'의 세상이 또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며 그곳의 사람들도 인격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설령 가짜라고 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희로애락은 나에게 진짜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작가는 결말에 대해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며 "엔딩 이전의 '요나'는 게임에 갇혔지만, 엔딩 이후의 '요나'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후궁공략'은 추리물 '회색방, 소녀',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물 '동쪽으로'에 이은 봉봉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는 전작과는 결이 다른 동양풍 SF 장르물을 그린 것에 대해서는 "아시아 고전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동시에 SF 애호가이기도 하다"며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시너지는 엄청나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잠시 쉬었던 '동쪽으로'를 완결한 뒤에 차기작으로는 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전망이다.
작가는 "초자연적이고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신적인 존재가 개입하는 종류의 호러를 '코즈믹 호러'라고 한다"며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고,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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