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대한 공감 행동으로 보여야"…포스코인터 가스전 등 거론
방한 기자회견 하는 토마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국을 방문한 토마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엿새 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한국이 미얀마에 대한 한국의 가치와 공감을 더욱 강력한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한국의 대(對)미얀마 정책을 듣고 현지 상황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한국을 방문해 외교부와 법무부 등 정부 인사, 시민단체, 기업 관계자, 국내 미얀마인 공동체 등을 만났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는 "한국은 미얀마 군부와 군부의 주요 재원에 대해 집중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인권 존중과 실사(due diligence)가 미얀마에 진출해 운영 중인 한국 기업의 핵심 요소임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아주 역동적인 경제를 갖고 있고 미얀마와 경제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미얀마 군부가 국민들을 탄압하는 수단을 제거하거나 최소한 감소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앤드루스 보고관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서 운영 중인 쉐(Shwe) 가스전 사업을 거론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쉐 가스전 프로젝트에 미얀마석유가스공사(MOGE) 등과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MOGE는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 출처로 지목되면서 올해 2월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방한 기간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을 만나 대화했다며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운영하는 쉐 가스 사업을 통해 연간 2억∼4억 달러의 자금이 현재 군부가 장악한 국영기업으로 이 사업의 미얀마측 파트너이기도 한 MOGE로 계속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MOGE에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얀마에 대한 한국의 제재는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이 "저희 쪽에서 이야기하는 지점을 매우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며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도 한국이 미얀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와 또 다른 군수 대기업인 미얀마경제공사(MEC)에도 표적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권고다.
앤드루스 보고관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몇 주 만에 국제사회의 대러 경제제재에 동참한 것을 거론하며 "바로 그런 조치를 미얀마에 대한 투자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미얀마에서 지난해 2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유혈 사태가 발생하자 미얀마에 최루탄 등 군용물자 수출을 중단하는 제재를 가하고 미얀마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삭감했다. 이에 더해 군부에 실질적 타격이 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국민들에 대한 인도적 대우를 확대하는 한편 미얀마의 이웃 국가들도 그렇게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방한 기간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알게 됐다는 앤드루스 보고관은 미얀마를 도울 수 있는 한국의 '독특한 위치'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한국과 미얀마 국민들 간의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목숨바친 위대한 영웅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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