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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33rd SRE][Issue]증시 탈출한 개미 투자자들…회사채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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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로부터 외면 받는 회사채…개인 투자자들 관심 '쑥'

"신용등급 높은 기업이 내놓은 고금리 단기물 인기 높아"

지난달 채권 16조원 순매수한 개인…일시적인 유입일까

크레딧 시장 영향은 '긍정적'…향후 투자 대중화는 '글쎄'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올해 주식시장이 약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 채권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채권에 시선을 돌린 것이다. 특히 그동안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통하던 회사채에 개인 투자자 유입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투자 수요가 향후 채권 투자 대중화로 이어질지 업계에서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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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말고 채권”…회사채 몰린 개미 투자자들

33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개인 투자자 유입이 크레딧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라는 5점 척도(매우 그렇다 5점~전혀 그렇지 않다 1점) 질문에서 평균 3.70점이 나왔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채권시장 유동성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질문에는 평균 2.40점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인해 회사채를 향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대신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크레딧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기조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갈등 등 대내외 변수가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좀처럼 약세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불안한 주식시장을 떠나 예·적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는 이유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서 평가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투자는 ‘잠정 중단’된 상태인데,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금리에 안정성까지 보장된 채권은 매력적인 투자 자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달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금리 인상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라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별로 살펴보면 크레딧 애널리스트(CA)들이 비CA 그룹보다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CA 그룹은 개인 투자자 유입이 크레딧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3.97점을 줬으나 비CA 그룹은 3.59점을 부여했다. 채권시장 유동성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 정도에도 CA 그룹은 2.13점을 준 반면, 비CA 그룹은 2.52점으로 평가했다.

SRE 자문위원은 “기관투자가들의 빈자리를 개인 투자자들이 채워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회사채 시장에 유입되는 개인 투자자들의 규모와 속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결국 이들이 주도하는 시장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단기물 등 우량채권 선호…양극화 우려도

채권은 만기일까지 발행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투자자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장점에 개인 투자자의 수요가 집중적으로 늘었다. 신용등급이 AAA등급인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한 채권(한전채)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린 것도 개인 투자자를 끌어오는 데 한몫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장외 채권시장에서 순매수한 채권은 16조650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075억원)보다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연간 채권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개인들이 올해 주로 산 채권은 회사채로 5조7779억원(지난 9월 기준)이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단기물 중심 고금리 우량 채권 위주로 쏠리는 탓에 양극화 우려도 적지 않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가운데,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는 외면받고 우량 기업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것이다.

실제로 올 3분기 회사채 수요예측 규모와 경쟁률 모두 전년 동기 대비 3조5000억원(39%) 감소했는데,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AA등급 이상 우량채에 시장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별로 AA등급 이상 우량채는 수요예측 규모가 4조2000억원에 참여 금액 9조7000억원(경쟁률 233%)으로 견조한 반면, A등급은 예측 규모가 1조1000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2조9000억원)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쟁률도 61%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4%였던 것보다 6분의 1로 감소했다.

SRE 자문위원은 “개인 투자자가 보통 익숙한 기업이 연 4% 이상 수익률로 발행한 단기물 회사채를 선호한다”며 “리테일 수요가 고금리 우량 채권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신용등급 간 채권시장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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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현상 가능성 점지…회사채 투자 확산할까

33회 SRE에서 고금리 영향에 일시적으로 개인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는 질문에 평균 4.20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 또한 향후 투자 기조가 지속돼 채권 투자 대중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질문에는 평균 2.95점에 그쳤다. 즉 현재는 글로벌 금융 상황이 불안정하므로 채권 시장에 자금이 몰릴 뿐, 시장이 안정화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갈 가능성도 크다는 셈이다.

업무별로 살펴보면 CA들이 비CA보다 개인 투자자의 회사채 투자가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데 공감을 표했다. CA 그룹이 일시적으로 개인 투자자 수요가 늘었다는 질문에 4.30점을 줬지만, 비CA는 4.15점을 부여했다. 채권 투자 대중화 정도를 따지는 문항에도 CA들은 2.76점을 줬지만, 비CA 그룹의 점수는 이보다 높은 3.04점을 기록했다.

SRE 자문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수요가 일회성으로 끝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를 고금리로 살 수 있는 때라 발생한 현상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단기물 중심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채권 상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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