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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대통령실, "이정표 세웠다. 한일 징용 해법 1~2개로 좁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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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 외교에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자평한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6일 한 말이다. 4박 6일(11~16일)간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수행했던 김 실장은 귀국 당일인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한ㆍ미, 한ㆍ미ㆍ일, 한ㆍ일, 한ㆍ중 정상회담 성과를 순서대로 열거하며 이렇게 말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전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으로 우리 외교의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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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이 주목적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열린 여러 양자 회담에 이목이 더 쏠렸다. 특히 관심이 집중됐던 건 한층 밀접해지는 3국 관계를 재확인한 한ㆍ미ㆍ일 정상회담과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이었다.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북한에 국한된 내용을 넘어 경제ㆍ기술ㆍ지역 및 글로벌 도전 과제를 망라한 최초의 성명”(김성한 실장)인 이른바 ‘프놈펜 성명’을 채택했다. 5000여자 분량의 성명에는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 같은 전통 안보 이슈부터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 공급망 보장, 청정에너지 협력 등이 담겼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미 3국 간에 인식을 공유하고 있던 내용으로, 방대한 내용에 비해 성명 작성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 취임 후 3국 관계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과의 양자 회담에선 양국 간 현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북한 문제 외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논의가 오간 게 주요 성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기업의 기여를 고려해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 핵심 과제인 강제 징용 관련 언급이 오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 모두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과 관련해 상당히 밀도 있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진행 상황에 대해서 잘 보고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양국 실무진 간에 문제의 해법이 한두 개로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 규제, 지소미아(한ㆍ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가 다 연결돼있는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징용 문제에서 풀어가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어떤 의기투합의 의미로 해석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정상 외교에 있어선 다소 이례적인 표현까지 썼다. 강제 징용 문제 해법 마련이 멀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얽혀있던 다른 문제도 한꺼번에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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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방을 통해 한ㆍ미ㆍ일의 밀착이 한층 도드라진 것과 맞물려 한ㆍ중 관계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잇따른다. 실례로 프놈펜 성명에는 한ㆍ미ㆍ일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김 실장은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경제 보복과 같은 경제적 강압에 대해서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장 자원 부국인 중국 등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특정 국가로부터 과거에 겪었던 쓰라린 경험을 꼭 떠올리기보다는, 제3국이 가할 수 있는 강압 조치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일반적인 관점”이라며 “중국에 초점을 맞췄다는 식의 해석은 피해 달라”고 말했다.

첫 한ㆍ중 정상회담에 대해 김 실장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상호 존중과 호혜에 입각한 새로운 한ㆍ중 관계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지만, 견제구가 오간 정황도 뚜렷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자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꾀한다고 비판할 때 자주 쓰는 ‘진정한 다자주의’와 경제협력의 ‘범안보화’(안보와 경제의 자의적 연계)란 표현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ㆍ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한ㆍ중 및 여타 국가들과의 관계를 도모하는 외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ㆍ중 관계는 한ㆍ미 동맹이 견고할 때 오히려 순풍이 불었다”며 “중국에는 미국과 가까운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더 크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귀국한 윤 대통령은 17일부터 곧바로 외교 일정을 이어간다. 김 실장은 “17일에는 한ㆍ네덜란드 정상회담, 18일에는 한ㆍ스페인 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고 소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도 추진 중으로,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의 도시 인프라 개발부터 원전, 방산 등까지 자유롭게 격의 없이 얘기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2030 엑스포 개최를 놓고) 선의의 경쟁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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