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부 지원받다 보니 내렸다고 들어”
풍자카툰 <멤버 유지>(member yuji). 오창식 만화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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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윤석열차>를 두고 정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윤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그림이 전시에서 또 제외되는 일이 벌어졌다.
오창식 만화가는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열린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전시회에 출품작을 냈지만, 내 출품작만이 유일하게 돌연 전시가 불허됐다”고 밝혔다.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는 지난달 21∼25일 열린 24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BIAF)에서 ‘국제애니메이터&만화가 초청전’이란 이름의 전시회를 열었다. 이는 교육자·감독·예술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만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다. 전시회엔 만화 50여점이 출품됐고, 페스티벌 동안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로비에 내걸렸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 국고 보조금 1억2000만원을 지원받는 행사다.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돌연 전시에서 제외된 오창식 만화가의 작품 제목은 <멤버 유지>(member yuji)다. 이 그림을 보면, 중년 남성이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다. 남성과 강아지에는 각각 윤 대통령(썩열)과 검·경(견찰)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적혀 있다.
옆에 있는 개집에는 ‘궁민대’, 그 위에 올라간 강아지 옷에는 김건희 여사를 빗댄 이름(거니)이 쓰여 있다. 강아지 밥그릇엔 ‘논문 YUJI(유지)’가 적혀 있다. 김건희 여사가 2008년 국민대 대학원 재학 당시 논문에 한글 제목의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멤버 유지)라는 영문으로 표기해 논란이 일었던 점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오창식 만화가는 “대통령 부부가 강아지를 기르고 있고, 검·경이 국민보다 대통령에게만 절대적인 충성을 하고 있는데다, 대통령 부인이 논문 표절에 사과하지 않고 있는 점에 착안해 그림을 그리게 됐다”며 “이런 풍자 그림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겠다 싶어 전시에 출품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00년대 초반부터 전시에 출품작을 냈지만 이런 상황은 올해 처음”이라며 “주최 쪽에 항의하니 ‘정부 지원을 받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작품 출품과 전시를 주관한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임원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앞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9월30일부터 10월3일까지 열린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를 전시했다. 이에 문체부가 이 만화에 대해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규정지은 뒤 해당 작품에 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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