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박원순 성희롱' 인권위 결정 취소소송 선고
피해자가 보낸 '사랑해요' 문자, 성희롱이 없었다는 근거?
피해자 측 "상황 모면 위한 표현"
인권위 결정 절차도 문제삼은 유족 "시장 비서실장 조사 안해"
인권위 "사건 관계자 51명 조사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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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타당한지 여부를 가리는 사건이 15일 선고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의 선고심을 연다.
유족 측은 "인권위가 상대방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어 인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직권조사한 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가 사실이고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사랑해요"…텔레그램 메시지, 위력 발휘할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성희롱이 있었는지 여부와 인권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을 내린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인권위와 유족 측 모두 준비서면에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 내지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가 성희롱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와 피해자 진술에 대한 해석은 정반대다.문제가 된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이른바 '사랑해요' 등의 메시지와 피해자가 인권위에 진술한 박 전 시장의 이른바 '런닝 셀카'와 '향기 좋아 킁킁' 등의 메시지다. 양측은 특히 지난달 10일로 예정됐던 선고가 연기되면서 공개된 '사랑해요 문자'에 대한 해석을 놓고 다시 한 번 대립했다. 포렌식으로 복구한 이틀 분량의 메시지에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자필편지나 자발적으로 올린 '#박원순#만세'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인스타그램 게시글들도 이같은 메시지와 함께 인권위가 사실관계를 따질 때 고려됐어야 한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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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피해자 측에서는 "피해자가 직접 본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제출한 것"이라며 "이 포렌식 결과는 성희롱 결정을 한 인권위의 판단 과정에서도 이미 검토된 것으로 인권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더 큰 성폭력 피해를 막고자 가해자를 달래거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 등을 맥락 없이 유포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절대적 위계 관계에서 단호한 거부 의사 표현은 보복이나 불이익 등으로 인해 쉽지 않으며,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이러한 반응은 흔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사랑해요'는 포괄적인 내용이라서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질 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계·위력에 의한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누가 더 지배적으로 문자를 보내는지, 어떤 사진을 보내는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 측에 보냈다는 문자도 재조명되고 있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이 '너네 집에 갈까', '혼자 있냐', '향기 좋아, 킁킁'과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또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러닝셔츠 입은 셀카 사진,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 등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유족 측은 어떤 맥락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메시지는 물론, 표면적으로는 유족 측에 불리하지 않은 내용의 메시지도 공개된 상태다. 다만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모든 메시지가 포렌식으로 복구된 것이 아닌 만큼 공개된 메시지만으로는 재판부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실 조사" vs "51명 참고인 조사했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인권위가 부실조사를 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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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은 인권위가 부실조사를 했다고도 주장한다.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씨는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하지 않고 각하했어야 하는데 "피해자 여성 측의 주장만 받아들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직권조사가 개시된 직후인 2020년 8월7일 곧바로 서울시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약 세 달에 걸쳐 사건 관계자 51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했다.
다만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인권위는 "세 명 모두 조사에 불응했다"며 의견서를 제출받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 조사를 한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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